[해외칼럼] 트럼프 ‘선거 결과 뒤집기’ 어림 없다

여론독자부 2024. 10. 2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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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루빈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투표결과 뒤엎으려는 두번째 시도
경계 늦춰서도, 위험 과장도 안돼
'재앙 온다' 선제적 호들갑 멈춰야
[서울경제]

중범죄자이자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들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의지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4년 전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불법 이민자들의 투표 참여’라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패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을 깔고 있다. 그의 변호인들은 투표 장벽을 쌓고 투표용지를 폐기하거나 투표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200건 남짓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들은 명백한 불가 규정에도 지방 관리들이 투표 결과 인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이들은 해외 투표와 군 투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 보훈 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계책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트럼프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헌법 전문가인 리처드 필데스는 선거 재앙을 전망한 뉴욕타임스의 논평에 관해 언급하며 선거 결과를 뒤바꾸기 위해 주지사들이 장난질을 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가당치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거의 모든 경합주의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트럼프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둘 모두 공화당원인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브래드 래펀스퍼거 주 국무장관은 “정확하고 합법적으로 선거 결과를 인증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입증해줄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설사 소수의 지역 선관위가 인증 거부를 한다 해도 법원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

선거인 계수법 개정으로 주 의회의 투표 결과를 뒤집기가 지극히 어려워졌다. 필데스의 설명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선거 후 주 선거법 ‘해석’이라는 명목 아래 선거 규칙을 변경하는 행위는 적법한 절차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연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선거 결과에 관한 이의 제기의 문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연방의회 양원의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만 선거인단 투표를 폐기할 수 있다.

2020년 트럼프는 법정 소송에서 60여 차례 패소했다. 폭스뉴스나 트럼프의 대중 집회와 달리 법정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할 만큼 광범위한 부정투표가 자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당시 트럼프 측의 증거는 전무했고 만약 이번에도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보수적인 판사라 해도 유권자의 뜻을 거스르고 민주적 제도를 파괴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두 번째 뒤집기 시도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민주당이 4년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 측 변호인들은 공화당의 사전 선거 공작을 연이어 좌초시켰다. 공화당의 허튼짓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카멀라 해리스 캠페인 측의 변호사 수백 명이 전국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러나 당파색이 농후한 연방대법원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기억하라. 연방대법관들은 2020년 선거 결과를 뒤바꾸려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관 다섯 명의 마음을 움직여 수만 표는 아니더라도 불과 수십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여러 주의 투표 결과를 뒤집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단 한 주의 수백 개의 표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조지 부시와 앨 고어의 대결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또다시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당시 고도의 당파적 색채를 드러낸 대법원은 선거 결과를 부시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이는 법적 논리를 찾아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시스템이 확고하고 건전하며 투명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헌법 변호사인 매슈 셀리그먼은 필자에게 “트럼프와 그의 우군들은 우리의 체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는 그들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목적으로 음모론을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의 계책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지만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 되는 것은 자칫 그의 말과 행동에 놀아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고 안이한 태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속 보이는 계획이 민주주의 수호자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내 선거가 단 한 개 주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여론 주도자들은 선거가 시작하기도 전에 재앙론을 퍼뜨리지 말아야 하며 일단 투표가 완료되면 거짓 소송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다툼’이 일어날 것이라는 선제적인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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