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는 이렇게 다시 강팀이 되었다[KIA V12]

박상경 2024. 10.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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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28/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28/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2번째 정상에 오른 호랑이.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뛰어난 투-타 짜임새, 전폭적인 지원 등 호재가 넘쳤다. 분위기만 잘 이어간다면 무난히 대권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2024년은 변수의 연속이었다. 시범경기 출발 직전 감독 교체, 개막 보름여 만에 선발진 줄부상 등 악재가 이어졌다. 6월 한 때 사흘 간 LG 트윈스에게 선두 자리를 넘겨주기도. 그러나 KIA는 숱한 악재를 극복하고 다시 선두 자리를 되찾았고, 결국 페넌트레이스 조기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V12를 달성했다.

2017년 V11 이후 KIA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우승 사령탑' 김기태 감독이 물러난 뒤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체제로 전환했으나 가을야구와 연을 맺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세대 교체 속에 베테랑 위주의 '늙은 팀'이라는 시선도 이어졌다. 이런 타이거즈는 올해 어떻게 강팀으로 거듭났을까.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범호 감독과 최형우가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범호 감독이 삐끼삐끼 춤을 추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준비된 감독' 시선 옳았다, V12로 증명된 이범호 리더십

스프링캠프 직전 감독 교체를 결정한 KIA. 열흘 간의 장고 끝에 발표된 주인공은 '막내 코치'였던 이범호였다.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우승 후보' 타이틀을 달고 있는 KIA의 시선은 대권 도전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시즌. '초보 감독'에게 키를 맡기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KIA가 감독 교체를 결정한 뒤 주변에서 우승 경험을 갖춘 베테랑 지도자가 꾸준히 거론된 이유였다. 하지만 KIA는 내부 승격으로 결론을 냈다.

이유 있는 결정이었다. 캠프 출발 실시했던 1군-퓨처스 통합 전략 세미나 당시 이 감독은 막내 코치 신분으로 데이터 분석과 지도 경험을 섞어 지난 시즌 문제점과 올 시즌 나아갈 방향, 향후 육성 방안을 소상히 밝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준비된 지도자'로 불렸다. 뛰어난 기량 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 야구를 보는 안목까지 지도자로 성공할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17 V11 당시 이 감독의 스승이었던 김기태 전 감독은 올 시즌 KIA의 우승에 대해 "우승은 현장, 프런트, 팬 모두 한마음이 돼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 감독이 모두 아우르는 모습에 깜짝 놀랐고, 대견했다.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엄지를 세웠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범호 감독과 코치진들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최대 위기를 떨쳐낸 '진짜 프로세스'

KIA가 시즌 전 구상했던 선발진이 가동된 건 3주가 채 안된다. 4월 11일 이의리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부터 삐걱였다. 윌 크로우, 윤영철, 제임스 네일까지 줄줄이 이탈했다. 풀타임 시즌을 완주한 선발 투수가 양현종 단 한 명 뿐이다. 이럼에도 KIA 마운드는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우승이라는 결실을 이끌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심재학 단장이 '모셔온' 두 명의 투수 코치가 든든한 기반이 됐다. 정재훈 투수 코치, 이동걸 불펜 코치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명확한 투수 운용 및 관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마운드 붕괴를 막았다. 대체 선발 황동하, 미래 자원 김도현 모두 물음표가 가득했으나, 결국 선발진의 한축을 맡으면서 팀 우승에 일조했다. 4월 중순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풀가동된 불펜 역시 이닝-투구 수를 정확하게 맞춰가면서 이탈자 없이 시즌을 마무리 했다.

손승락 수석코치, 진갑용 퓨처스(2군)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6월 29일 자리를 맞바꾼 뒤 두 지도자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앞서 함평 투수 아카데미를 이끌며 청사진을 그려온 손 코치는 투수 코치 파트 의견에 힘을 싣고 이 감독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진 감독은 퓨처스 미래 자원 관리 및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윤도현 등 시즌 막판 큰 힘이 된 선수들을 길러냈다.

프런트는 이런 현장 움직임을 전폭 지원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였다. 심 단장이 중심이 돼 시즌 내내 전반적인 역량 강화를 도모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대체 선수를 영입한 외국인 투수 자리에선 2년 동안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에릭 라우어를 영입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데뷔 후 제구 불안에 울던 김기훈은 미국에서 투구 폼 교정 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5차전. KIA가 삼성에 승리하며 V12 우승을 달성했다. 네일, 라우어, 소크라테스, 나성범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0.28/

▶선수+팬 모두 '원팀 타이거즈', 에이스 심금 울렸다…KS 2경기 보은투

제임스 네일의 부상은 마지막 고비였다. 8월 24일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관절이 골절됐다. 진단 결과 응급 수술 소견이 나왔고, 밤새 창원에서 서울로 이동해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 당시 전망은 회색빛이었다.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한국시리즈 등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설령 회복하더라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란 시선이 대다수였다. 몸 관리에 진심인 외국인 선수들의 특성상, 네일이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가 관리에 전념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런 네일을 붙잡은 건 '원팀'이었다. 네일이 수술을 잘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선수단 전원이 영상 메시지로 쾌유를 기원했다. 그의 부상 순간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며 "같이 한국시리즈에 가자"는 바람을 담았다.

KIA 팬들도 한마음이 됐다. 구단 제작 영상에 수 천개의 댓글로 응원의 마음을 표현했다. 네일의 개인 SNS를 통해 직접 쾌유 메시지를 전한 팬들도 더러 있었다. 그저 지나가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한가족'이라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장면.

심 단장을 통해 영상 및 팬 응원 메시지를 접한 네일은 병상에서 눈물을 쏟으며 "반드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1주일 만에 퇴원한 뒤 직접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아 몸 만들기에 돌입했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임박한 시기엔 성치 않은 몸으로 동료들을 응원하겠다며 시구를 자청했고, 원정 버스로 동행하며 '응원단장' 역할도 맡았다.

결국 네일은 한국시리즈 1차전과 4차전을 책임지며 자신과의 약속도 지켰다. KIA가 2연승 뒤 피홈런 4방을 내주며 패한 직후 열린 4차전에선 5⅔이닝을 전력 투구하면서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4차전 승리 뒤 "네일이 5회를 마친 뒤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 1회부터 전력 투구했는데,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6회에 마운드에 오르면 실점하고 팀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며 "100% 몸상태가 아닌데 1회부터 전력투구해 팀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KIA는 완벽한 신구 조화, 현장-프런트의 찰떡궁합 속에 갖가지 악재를 이겨내고 V12를 이뤘다. 이유 있는 결실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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