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에 부합하다' 명분 앞세운 북러…위험한 질주 못 막는다

최소망 기자 유민주 기자 2024. 10.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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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후폭풍] 북러만 '합법' 주장…유엔 헌장·제재 위반 소지 다분
'전쟁 국가' 북한…한반도 군사 위협 질적으로 달라질 우려

[편집자주]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북러의 '위험한 질주'의 정점을 찍는 도발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뉴스1은 '마감 없는 기획'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개입과 이로 인한 전황 및 정세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유민주 기자 =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북러는 '국제법'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상 간 맺은 조약에 따라 진행될 일이라는 게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분석된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지난 25일 북한이 발표한 첫 러시아 파병 관련 입장에서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같은 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의 파병을 시인하면서 '유사시 군사적 지원'의 내용이 들어간 북러 조약을 언급했다. 현재 러시아가 전쟁 상태니 북한의 군사적 지원이 유효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파병은 사실상 유엔 헌장·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등 여러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북한과 러시아의 실제 의도가 그렇다는 데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럼에도 이 '위험한 질주'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위권은 '침략당한 국가'에만 해당…'침략국' 돕는 북한은 유엔 헌장 위반

그런데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러 조약 제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북러는 '합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 헌장 51조'를 언급했는데, 이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러의 이번 주장의 결정적 오류가 발견된다. 유엔 헌장 51조는 '국가가 무력 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침략을 당했다는 주장부터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조정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약 당사자끼리 '침략당했을 때' 도와줄 의무가 생기는 것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인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북한이 러시아의 우방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침략 전쟁을 도왔다는 것은 '무력 위협 및 사용 금지'라는 유엔 헌장의 강행 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조약의 근거에 따라 무효가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강행 규범'은 유엔 헌장 제2조 4항에 명시된 것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이미 유엔 헌장을 위반한 나라가 됐다. 그 때문에 북러가 어떤 논지를 제시해도 이미 유엔 헌장을 어긴 나라에 대한 군사적 원조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지적이다.

안준형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전시 중립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 공동으로 교전 당사국이 된 것도 아닌데 일방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중립법상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새 명분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기존 영토에서 우크라이나에 점령을 당한 지역에 북한군을 배치하면서 '침략당한 것을 회복하기 위해'라는 논지를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정현 교수는 "'최초에 뺏긴 곳을 탈환하는', ' 침략당한 것을 되찾는'다며 북한군을 배치해 자신들의 조약의 정당성을 찾고 유엔 헌장을 지켰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특수부대를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제형사재판소 규정도 위반 소지…추후 '기소' 가능성도

북한군의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대북제재 결의 1718호와 1874호에는 핵·미사일을 포함해 북한의 무기 수출·입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 교육을 막은 결의 2270호와 노동 허가 금지(노동자 파견 금지)를 규정한 결의 2375호 위반 소지도 있다.

유엔 헌장 제25조는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수락하고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와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유엔 헌장 제103조에는 '회원국의 헌장 상의 의무와 다른 국제협정상의 의무가 상충하는 경우에는 이 헌장 상의 의무가 우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북러 조약의 의무보다 대북제재 결의 준수 의무가 우선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수년간 대북제재 질서를 파괴해 왔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 결정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이 있는 러시아의 몽니는 안보리가 북한과 러시아를 막을 국제적 수단이 되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러는 앞으로도 양자 조약을 기반으로 군사적 결탁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밀착을 강화하며 국제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질주'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이 북한의 '뉴노멀'로 자리 잡게 된다면 북한은 '전쟁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국경을 맞댄 한국을 인질 삼아 국제사회에서 새 입지를 다지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협상의 카드'로 쓰던 북한이 '물리력 행사의 의지'를 강화하고 이로 인해 이득을 얻는다면 협상은 더 이상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유엔 체제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다자조약인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Rome Statute)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참여해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러시아와 같이 북한의 지도부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길이 열리게 된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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