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병이 위험한 3가지 이유…북한의 실전 경험 축적·확전 우려

허고운 기자 2024. 10.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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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후폭풍] 전쟁 경험·실전 노하우 쌓을 북한군은 '새로운 위협'
도발로 얻을 이득의 '맛' 보면 향후 대화는 어려울 수도

[편집자주]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북러의 '위험한 질주'의 정점을 찍는 도발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뉴스1은 '마감 없는 기획'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개입과 이로 인한 전황 및 정세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군의 열병 행진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될지 여부는 이번 파병 사태의 향방을 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북한군이 조만간 '실전 경험'을 쌓을 경우 기존의 북한의 핵·미사일만큼이나 우리에게 큰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 데다, 이번 파병으로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러시아로 기울 북한을 움직일 '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민간 트럭을 이용해 북한군 병사들을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이미 전투지역에 투입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에겐 없는 전투 경험 갖게 될 北…드론전 역량 키우나

북한군이 실제 전투를 치를 경우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그들이 쌓게 될 실전 경험이다. 남과 북 모두 정전협정 체결 이후 일부 파병을 제외하면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실전을 경험한 북한군이 북한으로 돌아가 그 노하우를 각 부대에 전하고 전략·전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 경험은 일선 병사의 경험도 있겠지만 전쟁 과정에 들어가서 지휘를 해보고 실제 어떤 부분이 취약점이고 어떤 부분을 공략해야 하는지를 지휘관이 배우게 되는 게 더 위험한 것"이라며 "북한의 참전은 남북의 군사적 경쟁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전쟁을 직접 겪어본 세대의 북한 장교들이 이후 군대를 어떻게 기획할 것이냐를 배울 것이고, 이에 우리에겐 더 위협적인 안보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전에선 최신 무기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특히 드론과 관련된 부분을 북한이 배울 수 있다"라며 "이를 국지도발 등에 적용하게 되면 우리 군 입장에서 골치 아픈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전자전, 드론전 등이 현대전의 주가 되고 있는데 당장 이런 걸 배워올 경우 북한군 전투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참전군인들이 많아지게 되면 북한군의 전력이 강화되고 우리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北, 청년 목숨으로 군사·경제 발전…유사시 한반도 러시아군 개입 가능성도

북한이 대규모 전투병력을 다른 나라 전쟁에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소한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언어소통이 어려운 데다 포병 등 화력지원 부대와 방호수단이 없는 북한군은 실제로 전투할 경우 대량의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파병 결단의 배경엔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단순한 재래식 지원을 넘어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받기 어려웠던 첨단 기술들을 장병들의 희생을 통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극초음속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기술을 공유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북한의 군사력을 증강시킬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 6년 전 핵과 대북제재 해제를 바꾸려 했던 북한이었던만큼, 이번 결정에는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준다는 러시아의 확실한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북러의 위험한 밀착은 곧 한반도 '강 대 강' 국면 장기화라는 결과를 낳게 될 수밖에 없다.

양욱 위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면 북한이 여러 분야에서 러시아의 '하청'과 같은 일을 도맡게 될 것이고, 북한에겐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성장한' 북한은 곧바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위원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도 커졌다"라며 "한반도 평화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사시 군사개입'을 약속한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두 나라의 군사 동맹이 사실상 부활했다는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한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한러관계 복원 불투명…우크라이나전 확전 가능성도

러북 밀착은 곧 한러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 측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전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으나, 향후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하면 양국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양 위원은 "러시아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한러 갈등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가 아무리 러시아와 관계를 잘 하려고 해도 지금 국제사회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우리가 러시아를 지지할 수도 없는 노릇"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북한군의 참전으로 우크라이나전이 확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물론 한국이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들 방안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전이 확전·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북한의 최근 행보가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북한군의 전장 투입으로 남북 대화도 장기간 성사될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남한을 '한국'으로 부르며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가 됐다는 내용을 반영해 헌법 개정까지 했다.

엄효식 사무총장은 "북한군의 명분 없는 참전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될 수밖에 없고, 남북 대화 복원은 더욱 어려워졌다"라며 "확전의 주체는 우리가 아닌 미국이나 나토의 문제일 텐데, 우리는 미리 앞서 나가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본 후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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