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군 전선 조기 투입… “1만1000명 이미 쿠르스크 집결”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격전지 쿠르스크주(州)에 이미 북한군 약 1만1000명이 집결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대부분이 러시아 동부서 이뤄진 적응 훈련을 최대한 조기에 종료하고 전선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러·북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은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와 러·북 군사 협력 중단을 촉구하는 가운데, 군사 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정보 및 국방 당국자들과 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북한의 파병은 전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군 파병은 푸틴의 절박함이 심화하는 것을 방증한다”며 “전장 관련 정보를 한국과 수시로 공유하겠다”고 했다.
쿠르스크에 모인 북한군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27일(현지 시각) “북한군을 쿠르스크주(州) 최전선으로 수송하기 위해 러시아가 민간 트럭까지 동원하고 있는 정황을 러시아군 감청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에 공개된 감청 자료에 따르면 민간 번호판을 단 트럭이 서류 없이 쿠르스크를 향해 가다 헌병 검문에 걸렸다. 헌병과 운전사 간에 실랑이가 일었고, 차량에 타고 있던 러시아군 장교가 이를 본부에 보고했다. 감청된 대화에서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전투 임무 서류가 없어서 그렇구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남쪽 약 80㎞에 위치한 루스카야 코노펠카 마을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인 러시아 810 해군보병여단으로 보내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과 엑스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군이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장에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는 유럽 땅에서 북한 군대와 싸워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고 했다. 그는 앞서 25일 “27~28일쯤 북한군이 전투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군의 최전방 투입에 대해 “최전선에서 북한군과의 교전이 있기 전까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군의 이동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처음 포착된 건 지난 8일이었다. 국가정보원은 엿새에 걸쳐 러시아가 수송함을 이용해 극동 지역으로 북한군을 옮겼다고 봤다. 무기와 군복을 보급받고 현지 적응을 거쳐 최전방 서부전선까지 이동하는 데 15일 안팎이 걸린 것이다.
북한군이 최전방에 빠르게 투입된 건 다음 달 5일 치러질 미 대선의 영향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군 파병으로 전방 지역 러시아군의 활동 여지가 커졌다”며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평화 협정’ 목소리가 커질 텐데, 러시아가 공세를 펼쳐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개 선언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6·25 전쟁 때도 정전 협정 타결 직전에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얻기 위해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졌다”며 “미 대선을 전후해 비슷한 양상의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땅따먹기’식의 전투에는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데, 북한군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고지전
6·25전쟁 중·후반부에 한반도 중부의 여러 고지(高地)를 놓고 벌어진 공방전. 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자, 정전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전략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기 위해 양측이 고지 하나하나를 두고 전투를 벌였다. 막대한 인적·물적 손실에 비해 전선의 변화는 거의 없는, 극심한 소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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