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원도시박람회... 2026년 봄 아닌 가을 개최로 '출구' 모색

정민승 2024. 10. 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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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 14차례 간담회...'연기 개최' 중론
이듬해 봄보다는 '선거 후'  2026년10월 유력
전문가들 '꽃 적은 가을에도 정원박람회 가능"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주요 무대 중 하나인 세종호수공원의 깊어가는 가을을 시민들이 만끽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선 곳은 호수 공원 남측 수상에 설치된 물꽃섬으로, 보행교 위에서 다양한 수생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세종시 제공

세종호수공원과 중앙공원, 국립세종수목원 등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복판에서 2026년 4월 열릴 예정이던 국제정원도시박람회가 6개월 뒤인 10월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 목전 개최’ 계획에서 비롯된 ‘세종시장 치적용 이벤트’, ‘지방선거 재선 프로젝트’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야당의 전향적인 협조도 기대된다.

세종시 고위 관계자는 28일 “최민호 시장이 지난 1주일 동안 각계각층의 전문가, 시민들과 14차례의 간담회를 가졌다”며 “현재까지 수렴한 의견을 종합하면 박람회를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일정을 뒤로 조정해 개최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고, 그 방향으로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를 연기해서 개최하더라도 해를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7년엔 대통령선거와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등 굵직한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정원도시박람회 시기를 2026년 가을로 잡고 박람회에 준비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정원도시 실현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야권에서도 박람회 개최가 행정수도를 내다보는 세종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더 반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을에 개최할 경우 '꽃 없는 정원박람회'가 되고, 이 경우 원예농가 등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적어 세종시 내부적으로도 회의적이었지만, 전문가들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류광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전 이사장은 “꽃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원도시박람회가 되겠지만, 박람회의 초점이 ‘정원 속에 놓인 도시’에 맞춰졌다고 본다면 꽃이 없어도 박람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원 속에 자리 잡은 도시 모습을 통해 도시 가치를 올리고, 정원 기반의 문화ㆍ관광 명소로 브랜화하는 데 기여한다면 봄이 아닌, 가을 개최도 충분히 가능다는 이야기다.

세종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는 1967년 ‘정원도시’(Garden city)를 슬로건으로 50년간 지속해서 도시(국가) 브랜딩에 성공했고, 2013년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 2021년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로 발전시키며 세계인을 유인하고 있다. 공원과 공원 또는 녹지를 연결하는 ‘파크커넥터’와 고층 빌딩의 벽 등 녹지를 수직 공간으로 확대하는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 사업도 펼치고 있다.

세종시는 녹지율이 이미 52%에 이르는 만큼 순천, 울산 등 국내 여느 지자체가 들인 것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박람회를 열 수 있고,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정원도시를 꾸리는 게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세종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102.2㎡(2016년 기준)에 이른다. 서울(8.0㎡), 부산(5.7㎡), 대전(8.6㎡), 울산(9.1㎡) 등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넓다.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때부터 2개의 환상형 도로 안에 호수, 공원, 수목원 등의 거대한 녹지를 갖춘 ‘정원 속 도시’로 설계된 덕분이다. 특히 환상형 도로를 따라 중앙행정(1생활권), 문화교류(2생활권), 도시행정(3생활권), 대학연구(4생활권), 의료복지(5생활권), 첨단지식(6생활권) 기반 6개 권역의 도시 구조와 그 안쪽 중심부에 270ha에 이르는 녹지는 정원도시구현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앞서 세종시는 2026년 ‘꽃피는 4월’에 정원도시박람회를 열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이끄는 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물건너갔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상징정원 국제설계 용역을 직접 발주할 정도로 물오른 공무원들의 역량,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2026년 박람회 준비 예산 77억 원’ 등 그간 투입한 행ㆍ재정적 노력과 기대효과를 고려하면 그대로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매우 크다는 여론이 있었다. 세종시 관계자는 “공원의 자연화, 공원과 정원의 확충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지속 가능한 세종시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정원도시박람회 무대가 될 세종호수공원과 중앙공원 일대를 내려다 본 모습. 충남 연기군 시절 장남들판이 있던 곳에 270ha에 이르는 면적의 호수, 공원이 들어섰다. 세종시 제공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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