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30만엔" 일본인만 데려갔다…명동 '비밀 매장' 들어서자[르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줄게요."
일본인이 혼자 매장에 들어서면 점원이 제시하는 '짝퉁의 질'이 달라진다.
매장 직원은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주겠다"며 "다른 일본인 손님이 없을 때 오면 사장님과 이야기해서 20만엔(한화 약 182만원)까지 깎아주겠다"고 했다.
A씨가 근처 또 다른 가방매장에 들어서자 점원은 가품 프라다 '미니백'을 9만5000엔(한화 약 86만원)에 내놨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커 끊기자 일본인 유치…"A급 모조품" 호객행위 극성
비밀매장 많아 단속 어렵고, '벌금 500만원' 처벌도 약해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줄게요."
지난 2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 남성이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 왔냐" "남자친구 있냐" "가방 보고 가라" 라는 말을 걸며 근처 매장으로 이끌었다. 루이뷔통, 구찌, 샤넬, 셀린느, 미우미우 등 명품 가방이 가득 쌓여 있었다. 모두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다. 'A급' 명품만을 전시한 '밀실'도 보여줬다.
명동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A급 짝퉁(모조품)'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발걸음이 끊기고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짝퉁 판매업자들이 일본인 손님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날 취재진은 20대 일본인 관광객 A씨와 함께 명동을 찾았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호텔이나 화장품 가게가 몰린 거리를 지날 때면 '호객꾼'들이 접근했다.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에는 말을 걸지 않았다.
명동거리에서 일본어로 '가방'(かばん)이라 써 붙인 간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장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외부에는 캐리어와 한눈에 봐도 질 낮은 모조품을 전시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좁은 매장 벽면에 가방과 지갑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마트에서 쓰는 접착식 종이 가격표를 명품 로고에 붙여 놓았다.
프라다 가방은 18만원, 구찌 토트백은 72만원 등 가격대도 다양하다. '짝퉁' 거래 업자들은 판매금의 80% 수준을 순수익으로 챙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인이 혼자 매장에 들어서면 점원이 제시하는 '짝퉁의 질'이 달라진다. 점원은 루이뷔통 모조품 가방을 보여주며 38만엔(한화 약 346만원)이라고 했다. 매장 직원은 "학생 같으니 30만엔(한화 약 273만원)에 주겠다"며 "다른 일본인 손님이 없을 때 오면 사장님과 이야기해서 20만엔(한화 약 182만원)까지 깎아주겠다"고 했다. 대화는 모두 유창한 일본어로 이뤄졌고 가방을 엔화로 살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근처 또 다른 가방매장에 들어서자 점원은 가품 프라다 '미니백'을 9만5000엔(한화 약 86만원)에 내놨다. 진품이라면 백화점에선 최소 160만원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A씨가 "진품인가"라고 묻자 점원은 "진품과 굉장히 비슷한 가품"이라고 답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명동에 일본인만 상대하는 비밀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호객꾼이 일본인만 (비밀 장소에) 데리고 가서 몰래 판매하는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 관계자는 "유커들이 빠지고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명동 짝퉁시장이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에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비밀매장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짝퉁 중에는 진위 판정 요청 시 감정 불가를 받을 정도로 (진품과) 유사한 것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비밀매장 단속을 위해선 사진과 영상 등 증거 수집이 핵심인데 압수수색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위해선 최소한의 증거가 필요해 수사 현장에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 반복된다.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표법 위반으로 적발해도 벌금이 많아야 500만원 수준"이라며 "현물 거래를 하는 업자들 입장에서 수익에 비해 벌금이 적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김병만 "재혼인 전처, 이혼 거부해 소송…양자 양육비도 줬는데" - 머니투데이
- '33살에 자궁암 진단' 초아 "허리 못 펴고 엉금엉금…회복 중" - 머니투데이
- 한예슬 "♥10살 연하 남편, 동성애자인 줄…혼인신고 필요했다" - 머니투데이
- 이 정도면 '슈돌의 저주?'…'불륜' 강경준에 '업소' 최민환까지 - 머니투데이
- 정대세 이혼 막아준 친형…명서현에 무릎 꿇고 "다 내 책임" - 머니투데이
- 유튜브 안 보는 사람 없는데, 번 돈 "애걔"…'쥐꼬리' 세금 내는 빅테크 - 머니투데이
- ICBM 발사 비판에 김여정 "핵무력 강화 노선 변경 없어, 기대말라" - 머니투데이
- 자존심 굽힌 삼성전자, TSMC와도 손 잡는다…파운드리 '어쩌나' - 머니투데이
- "14조원 안 내면 주한미군 철수"…트럼프 컴백, 상·하원 싹쓸이 땐 악몽 - 머니투데이
- "주민들 연 80만원 넘게 준대"…이 섬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