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달주문 30% 늘때 수수료 3배로 뛰어… “배달영업 포기”
배달 수수료가 매출 8.4% 차지
주문 받아도 순수익 5%에 그쳐… 배달앱, 영업이익률 20% 고성장
정부 수수료 조정 접점 못찾아… 배민측 “배달앱 이용때 성과 좋아”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 앱이 자영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너무 높아졌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23일 수도권의 한 매장에서 만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A 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치킨 배달로는 적지 않은 월 70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 그동안 배민에 의존해 온 A 씨는 수수료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는 돈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 “매출 30% 늘 때 수수료는 3배로 증가”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2900건, 7600만 원의 배달 매출을 거두면서 수수료 비용이 월 640만 원으로 치솟았다. 2년 사이에 배달 주문과 매출은 30%가량 늘었지만 수수료는 2.8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4%까지 커진 것이다.
이 2년 동안 이 매장은 개당 8만8000원을 내면서 배달 앱 내에서의 노출도를 높이는 이른바 ‘깃발 꽂기’ 광고료를 1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올해 최고 9.8%로 인상된 중개 수수료 비용은 7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급증했다. A 씨는 “앱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는 잘 모르겠지만 오픈리스트와 한집배달, 배민1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자영업자들이 배민 앱 내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마진 5% 불과… 배달 중단 가게 속출
서울 마포구에서 한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올해부터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매달 1000만 원 안팎의 배달 매출을 올렸는데 정작 손에 남은 돈은 거의 없던 탓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C 씨 역시 B 씨와 마찬가지로 올해 초부터 배달을 포기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거둔 배달 매출은 1850만 원이었지만 광고료(50만 원)와 중개·결제 수수료(136만 원), 배달료(360만 원)까지 제하면 순수익은 70만 원에 불과했다. 이 프랜차이즈 대표는 “올해 배민에서 수수료를 더 올린 후 배달을 포기하려고 고민하는 지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제 수수료 부담 계속 관찰하며 대응해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한 배달 앱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 3조411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긴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한시 조직을 꾸려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하는 식으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기업 활동에서 적정한 비용(수수료)을 산정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수수료율을 강제해도 기업은 다른 비용으로 전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업종별, 규모별로 점포 단위의 실제 부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배민 측은 “경쟁사보다 낮았던 수수료율을 뒤늦게 올린 것일 뿐”이라며 “매장별로 상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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