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놈쓸은 없다”…호부지 불호령

심진용 기자 2024. 10. 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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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신임 NC다이노스 감독이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력질주 못 하면
선발로 내지 않을 것”
탈 ‘주전 야구’ 선언


2군에게도 충분한 기회
살 떨리는 경쟁 예고


이호준 신임 NC 감독은 팀 합류 일성으로 “1루까지 전력으로 못 달리는 선수는 선발로 내지 않겠다”고 했다. 선수들 모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동시에 이제까지의 확고한 ‘주전 야구’를 벗어나 강도 높은 경쟁 체제를 갖추겠다는 메시지다.

이번 시즌 NC는 주전 야수 의존도가 가장 높은 팀이었다. 손아섭, 박건우 등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인 지난 7월4일까지 NC는 64개의 선발 야수 라인업을 썼다. LG(58개) 다음으로 적었다. 선발 야수진 변화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는 뜻이다. 이날까지 348타석의 손아섭부터 255타석의 김주원까지 250타석 이상 소화한 야수만 9명이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확고한 주전 야수 9명이 확고하다는 건 양쪽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지션별로 크게 빈자리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다는 건 일단 긍정적이다. 주전 야수 전원이 꾸준히 출장하면서 경기 감각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력 유동성을 경색시키는 모양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 컨디션이 아닌데도 계속해서 경기에 나간다면 오히려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주전이 빠지게 된다면 메울 자원을 찾지 못해 전력 손실이 배가될 수도 있다.

이번 시즌 NC의 ‘주전 야구’는 결과적으로 후자에 가까웠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던 김주원, 김형준 등을 꾸준히 선발로 내보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손아섭, 박건우의 부상 이탈도 결국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시즌 중후반까지 힘겹게 5강 싸움을 벌이던 NC는 결국 타선의 주축 2명이 빠진 이후로 속절없이 무너지며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손아섭, 박건우 레벨의 타자가 부상으로 빠지는 건 어느 팀이든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NC의 경우 그 낙폭 때문에 더 아쉬움이 컸다.

이 감독의 메시지는 그래서 관심이 쏠린다. 올해 바깥에서 NC를 지켜보며 아쉬웠던 점으로 그는 김주원과 김형준을 지목하며 “초반에 시그널을 놓쳤다”고 말했다. 계속 경기에 내보낸다고 해서 회복할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코치진의 대처가 없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들에게 재정비할 시간을 주면서 다른 선수들을 기용했더라면 선수나 팀이나 모두 나았을 거라는 얘기다.

이 감독은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엔트리 28명 중 야수·투수 각각 1명씩은 2군 코치의 추천을 받아쓸 수 있도록 비워놓겠다고 했다. 그는 “기회를 얻으려고 준비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컨디션 안 좋은 선수들을 억지로 내봤자 결과도 안 좋고 팀 분위기만 느슨해진다”고 말했다.

폭넓은 선수 기용은 곧 경쟁 체제 강화로 이어진다. 이 감독은 2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주전 베테랑들도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감독은 직전까지 수석코치로 있던 LG를 언급했다. 이 감독은 “LG 고참들은 10점 차 이상 점수가 나도 절대로 바꿔 달라고 안 한다. 자기 대신 나간 선수들이 홈런 치고 활약하면서 자기 자리를 빼앗길까 봐 그렇다”며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프로 선수는 ‘절대 내 자리 안 내준다’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맞서 기존 주전들이 더 힘을 내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붙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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