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가 꼽은 잘츠부르크 축제의 스타 “몸으로는 지휘하고 머리로는 작곡하죠”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4. 10. 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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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겸 작곡가 윤한결 인터뷰
작곡가 겸 지휘자 윤한결이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한 작품 ‘그리움’의 악보를 들고 있다. /장련성 기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유럽 최고의 클래식 축제. 뉴욕타임스(NYT)가 올해 이 축제를 빛낸 유망주 5명을 꼽았다. 그 가운데 반가운 이름이 있었다. 한국 지휘자이자 작곡가 윤한결(30)이었다. 지난해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올해 빈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이 페스티벌에 공식 데뷔했다.

이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자작곡인 ‘그리움(Grium)’도 직접 지휘했다. NYT는 “관현악 작법에 대한 본능적 감각을 갖고 솜씨 있게 작품을 직조했다”고 호평했다. 포항국제음악제(예술감독 박유신)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내한한 그는 28일 인터뷰에서 “진땀을 흘리면서 지휘했는데 정작 평가는 작곡에만 몰려서 놀랐다”며 웃었다. 그는 11월 1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포항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지휘한다.

그는 작곡과 지휘 두 마리 토끼를 부지런히 좇는 다재다능한 음악가다. 이 때문에 한국 음악계에서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나 ‘이도류(二刀流)’로도 불린다. 대구 출신인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의 예원학교 동기다. 서울예고를 중퇴하고 독일로 건너가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했다. ‘그리움’은 만 3년 만에 완성한 12~13분 길이 관현악곡이다. 그는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현대곡을 지휘했으면 좋겠다는 주최 측의 제안을 받고서 ‘제가 직접 작곡하면 어떻겠냐’고 농담처럼 말씀드렸는데, 사흘 만에 정식 계약서가 날아와서 덜컥 놀랐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서 서울로, 다시 독일로 가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놓치거나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이나 애틋함 같은 감정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그가 들고 온 악보에도 그리움(Grium)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성격 테스트 결과는 ‘내향적이고 논리적인 사색가(INTP)형’. 지휘자보다는 작곡가에 가까운 유형이다. 실제로도 “작품을 쓸 적에는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식당 갈 적을 제외하고는 보름 가까이 칩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반면 지휘는 100명 가까운 단원과 행정 스태프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몸으로는 지휘하고 머리로는 작곡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올해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뮌헨 필하모닉을 지휘했고, 내년에는 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지휘도 앞두고 있다. 내년 9월 서울시향 정기 연주회에서도 직접 지휘봉을 잡고 ‘그리움’을 아시아 초연한다. “작곡과 지휘를 부지런히 넘나들었던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상적 모델”이라는 말에서 그의 음악적 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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