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 실망하면 밤에, 만족하면 낮에 쓴다

신정선 기자 2024. 10. 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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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위 흥행작 30편 ‘관객 리뷰’ 분석해보니

영화의 연기를 칭찬한 리뷰가 낮에 달리면 흥행에 청신호다. 반대로 배우를 언급하는 심야 리뷰가 많아지면 경계 신호다. 본지가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흥행 상위 30편의 네이버 관객 리뷰를 분석한 결과, 관객들은 특정 시간대 리뷰를 통해 만족과 불만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올해 흥행 1~5위 영화(이하 27일 현재)인 파묘(1191만), 범죄도시4(1150만), 인사이드아웃2(879만), 베테랑2(750만), 파일럿(471만)을 포함해 30위까지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 30편의 ‘네이버 실관객 평점’ 2만7643건 중 공감순 8104건(30%)을 살펴봤다. 30편의 총 관객은 8095만9235명으로, 올해 전체 관객(1억250만4866명)의 약 80%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1~3점을 실망 그룹, 8~10점을 만족 그룹으로 나눴으며, 김형호 영화산업 분석가와 공동으로 분석했다.

◆실망하면 심야, 만족하면 낮에 리뷰 단다

관객 리뷰는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실망했을 땐 심야시간대인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 만족했을 땐 점심 전후인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에 주로 달린다.<표 참조> 평일의 경우 저녁 때 영화를 주로 본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실망이나 분노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려 귀가 후 곧바로 리뷰를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형호 영화산업 분석가는 “관객은 부정적인 경험을 빠르게 공유해 인정과 공감을 얻으려 한다”며 “일반적인 소비 행동인 손실 회피와 확증 편향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만족은 연기, 실망은 배우를 언급

만족한 리뷰에서 연기를 언급한 비율(11.8%)이 배우를 언급한 비율(7.8%)보다 높았다. 전반적으로 좋았다는 느낌을 연기에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만에 재밌는 한국영화네요, 다들 연기도 잘하시고’(하이재킹 10점) ‘둘 다 인생 연기네요’(탈주 10점) 등이다. 반면 실망한 리뷰에선 배우를 언급한 비율(9.8%)이 연기를 언급한 비율(5.5%)보다 높았다. 주로 ‘이런 배우를 캐스팅해놓고 실망스러운 영화를 만들었다’는 어조다. ‘저 배우들을 가지고 저 정도 스토리 뽑는다는 게 말문이 막힌다’(원더랜드 1점) 등의 사례가 있다.

그래픽=김현국

◆만족은 ‘진짜’ ‘정말’, 불만족은 ‘기대’ ‘시간’을 강조

재밌게 본 관객은 만족감과 몰입감을 드러내기 위해 ‘진짜’와 ‘정말’ 단어를 써서 자신의 실제 경험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흥행 상위권일수록 ‘재미’와 ‘감동’을 ‘정말’ ‘진짜’ ‘최고’와 결합해서 쓴다. ‘정말 정말로 재미있게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웡카 10점) ‘진짜 생각 안 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핸섬가이즈 10점) 등이다. 부정 평가일 경우 ‘재미없다’와 ‘시간’ 단어의 조합이 많다. 관객은 영화를 시간 소비재로 여기고, 시간 대비 만족감인 시성비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대’라는 단어도 부정 평가에서 두드러진다. 즉, 보기 전의 기대와 달랐을 때 반감이 증폭된다. ‘기대 많이 했는데 실망했어요’(댓글부대 1점) 등이 단적인 예다.

◆매우 만족하거나 매우 실망하면 제목을 부른다

평점 1점 영화와 10점 영화는 제목이나 캐릭터명을 리뷰에서 명확히 언급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제목을 콕 집어 불만을 표현하려 하고, 만족한 관객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특히 전체 평점이 낮은 영화일수록 실망(1~3점) 그룹에서 제목을 더 자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1점 그룹은 4.3%, 10점 그룹은 7.9%에서 이름을 언급했다.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전체 평점 5.5)는 제목만 반복해서 4~5번을 언급한 1점 리뷰(‘설계자 설계자 설계자 설계자 설계자’)가 다수 달려 우회적이지만 분명하게 실망을 드러냈다.

◆실망하면 물음표, 만족하면 느낌표에 감정을 싣는다

관객이 쓴 기호만 봐도 만족과 불만족이 읽힌다. 1~3점 리뷰의 11.6%에서 물음표를 사용해 불만이나 의문을 나타냈다. 8~10점 리뷰의 14.4%에서는 느낌표를 써서 긍정적인 감정과 흥분을 표현했다. ‘이게 100주년? 걍 인사이드아웃2를 100주년으로 열지 그랬냐’(위시 1점) ‘충분히 스토리도 재밌고! 액션도 볼 만하며 연기도 좋습니다’ (베테랑2 10점)등이 있었다. ‘아임 퓨리오사!!!’(‘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10점) ‘진짜 진실에 대한 영화다!!’(‘건국전쟁’ 10점) 등처럼 반복된 느낌표로 강하게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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