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만 그린 불화 ‘수륙회도’

허윤희 기자 2024. 10. 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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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회화 연구자 정우택 교수
1580년 제작 ‘수륙회도’ 집중 조명
영혼 위로하는 수륙재를 시각화
1580년 조선의 화승 조문이 그린 수륙회도. 세로 131.5㎝, 가로 111.4㎝. /정우택 교수 제공

불교 회화 연구자인 정우택 동국대 명예교수가 조선 불화(佛畵) 한 점만을 집중 조명한 책 ‘조선조 1580년 수륙회도(水陸會圖)’를 펴냈다. 국내 개인 소장자가 갖고 있는 이 불화에 대해 정 교수는 “수륙재 의식집을 시각화한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고 밝혔다. 수륙재는 이 땅에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불교 의식을 뜻한다.

세로 131.5㎝, 가로 111.4㎝. 화면 아래 먹으로 쓰인 화기(畵記)에 의하면 만력 8년 즉, 1580년 화승(畵僧) 조문(祖文)에 의해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유형의 그림이 1589년 제작된 일본 야쿠센지(藥仙寺) 소장 조선 불화 등 16세기에 그려진 것만 총 6점인데, 이 국내 개인 소장본이 제작 시기가 가장 앞선 것”이라며 “수륙회도는 중국과 일본에는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불화”라고 했다.

그는 “이 불화가 어떤 목적에서 그려졌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고려 1343년 죽암이라는 숭려가 편찬한 수륙재 의식집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를 시각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동안 감로도, 감로탱, 감로왕도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렀으나 ‘감로’는 수륙회도 구성 요소의 하나에 불과하고, 그림을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수륙회도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고 했다.

화면은 크게 상·중·하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상부엔 여래와 보살들로 구성된 신(神)의 세계를 그렸고, 중간부엔 가운데 공양단을 중심으로 나한, 아귀, 망자 등과 현실 세계의 승려들을 좌우에 표현했다. 하부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각종 상황들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정 교수는 “그림 속 풍속 장면들도 생동감 넘친다”며 “화승 조문은 매우 뛰어난 풍속화가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불교 회화의 명작을 엄선해 책 한 권으로 작품 한 점을 다루는 시리즈 ‘한국불교회화명품선’의 다섯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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