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벗고 하자”… SNL, 하니 이어 미성년 ‘정년이’ 조롱 논란

박선민 기자 2024. 10. 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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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방영된 SNL 방송에서 안영미가 '정년이'를 패러디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가 걸그룹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모습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배우 김태리가 연기하는 미성년자 캐릭터 ‘정년이’를 성적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SNL 측은 “내부적으로 심의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26일 공개된 SNL코리아 시즌6 9화에서 나왔다.

tvN 주말극 ‘정년이’를 패러디한 코너였는데, 여기에서 안영미는 자신을 ‘젖년이’라고 소개한 뒤 판소리 춘향가를 “이리 오너라. 벗고 하자”라고 개사해 불렀다. 가슴 등 특정 부위를 강조하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몸짓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강소복(라미란) 역할을 맡은 SNL 크루 정이랑은 “더는 볼 수 없겠구나 그만”이라며 “보기만 해도 임신할 것 같다. 출산 정책에 도움이 될 듯싶다”고 했다.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던 당시 국극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10대 소녀들을 다룬 작품이다. 이에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정년이’를 성적으로 희화화해 드라마와 원작 웹툰, 배우의 이미지까지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극중 캐릭터가 미성년자인 설정인 만큼, 패러디하더라도 신중했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온라인상에는 “중학생 캐릭터를 패러디하면서 성희롱 수준의 농담을 하다니, 선 넘었다” “아이디어 회의할 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더 신기하다” “출생 정책을 비판할 거면 연관성 없는 ‘정년이’를 이용할 게 아니라 다른 풍자 대상을 찾았어야 한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SNL이 애당초 청소년관람불가인 데다, 특정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들어 문제될 거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다만 여기에는 패러디 대상이 미성년자 캐릭터인 점을 들어 과도하게 선정적인 연출은 피했어야 한다는 반박이 붙었다.

SNL 측은 이 같은 논란에 처음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28일 오후 일부 연예매체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SNL 안상휘 CP(책임프로듀서)는 스타뉴스에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을 해본다고는 했는데, 못 걸러낸 부분이 있었다”며 “민감한 점에 신경 쓰지 못한 건 부족했다”고 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SNL에서 지예은이 뉴진스 하니를 따라하고 있다. 배우 김의성은 국정감사장에서 하니와 셀카를 찍어 논란을 빚은 한화오션 사장을 연기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SNL은 지난 19일 방송분에서도 하이브 내 따돌림 및 직장내괴롭힘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를 조롱했다는 논란이 휩싸였다. 당시 SNL 크루 지예은이 어눌한 발음으로 국정감사 당시 하니의 멘트와 행동 등을 패러디했는데, 일각에서 “피해자를 희화화한 조롱” “인종차별” 등의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영미권 국가에서 아시아인 등 비영어권 출신 외국인‧이민자의 발음을 지적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인종차별로 인식된다.

잇단 논란에 안 CP는 “저희는 오마주를 하려 한 것이고, 그 코너(하니 패러디)의 주된 내용은 잘못된 국회의원에 대한 풍자를 다룬 것이었다”라고 했다.

안 CP는 “그동안 저희 콘텐츠가 이슈가 됐는데, 보신 분들은 저희의 의도가 나쁜 데서 출발한 게 아니란 걸 아실 것”이라며 “그럼에도 내용에 불편한 분들이 있다면 저희가 내부적으로 심의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은데 갈등의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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