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서스펜디드, 최고령 선발승·홈런, 장외 응원전…진기록 낳은 KS
기아(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간 5차례 한국시리즈 맞대결에서는 최고령 선발승·홈런, 한 경기 최다 홈런 등을 포함해 여러 진기록이 탄생했다. KBO리그 대표 인기 구단답게 팬들의 응원전 또한 경기만큼 치열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재미는 두 배가 됐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시즌 1위와 함께 통합 우승을 달성한 기아에서는 투타 부문 모두에서 최고령 기록이 쏟아졌다.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은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 5⅓이닝 8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돼 한국시리즈 국내 투수 최고령(36살7개월22일) 선발승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조계현 현 KBO전력강화위원장이 2000년 11월3일, 36살6개월2일째에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따낸 선발승이었다.
양현종은 경기가 끝난 뒤 국내 투수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놓고 “아직 최고령이라는 단어는 나보다 최형우 선배에게 어울린다”며 “제 공은 아직도 27살 같다. 제게 이런 타이틀이 붙었다는 게 신기하고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아의 베테랑 최형우는 28일 홈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 40살10개월12일의 나이로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최형우는 2-5로 뒤진 5회말 공격에서 삼성 김태훈의 속구를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종전 가을야구 최고령 홈런의 주인공은 올시즌 한화에서 은퇴를 선언한 김강민이었다. 그는 2022년 40살1개월25일째에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최형우의 가을야구 홈런은 이전 소속 팀인 삼성에서 2013년 한국시리즈 5차전(상대 두산 베어스) 이후 무려 4017일 만이었다.
기아의 안방마님 김태군은 지난 26일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에서 생애 첫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김태군은 3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서 삼성 불펜 송은범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프로 데뷔 16년 만에 터트린 첫 만루 홈런이자, 개인 통산 첫번째 가을야구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5번째 만루 홈런의 주인공이 된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식물 타자’가 아니라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훈련 과정이 혹독하고 힘들었다. 그런 과정이 있어서 지금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1승4패로 물러났지만, 호쾌한 홈런포를 여러 번 터트리며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타선의 핵심인 구자욱이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입어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를 포함해 여러 타자가 가을야구에서 멀티 홈런을 터트렸다.
디아즈는 가을야구에서만 홈런포를 5방이나 터트려 팀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플레이오프 2차전과 한국시리즈 5차전 모두 연타석 홈런을 터트려 고비 때마다 타선 분위기를 이끌었는데, KBO 가을야구 역사상 연타석 홈런을 두 번이나 만들어낸 선수는 디아즈가 유일하다. 김헌곤(4홈런), 김영웅(3홈런) 역시 가을 야구에서 멀티 홈런을 기록해 장타력을 과시했다.
삼성은 유일하게 승리한 3차전(25일)에서 홈런 4방을 몰아쳤는데, 이는 한국시리즈 한 경기 팀 최다 홈런 타이기록이다. 이날 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는 3개 팀(2014 넥센, 2023 KT, 2024 삼성)에서 뛰며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한 두 번째 타자가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21일)은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우천 서스펜디드(연기) 선언이 떨어진 대회였다. 심판진은 6회초 무사 1, 2루 삼성 공격인 상황에서 빗방울이 굵어지자, 서스펜디드 선언을 했다. 1-0으로 앞서던 삼성은 빅이닝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두 팀은 이틀 뒤인 23일 오후 4시 같은 상황부터 경기를 재개했는데, 경기 감각을 되찾은 기아가 5-1로 승부를 뒤집고 1차전을 승리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팬들의 장외 응원전 또한 경기만큼 치열했다. 기아와 삼성 모두 원정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홈구장을 개방해 응원전을 독려했다. 기아팬 1만여명은 대구 원정 경기로 치러진 3, 4차전 직관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기아챔피언스필드에 모여 전광판으로 중계를 보며 단체 응원을 진행했다.
5차전 역시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자 기아팬들은 일제히 한목소리로 ‘남행열차’를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삼성팬 역시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무반주로 ‘엘도라도’를 부르며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한국시리즈 5경기를 포함해 올해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전 경기 연속 매진(역대 두 번째)이 이어졌다. 포스트시즌 총관중은 35만3550명이었고, 입장 수입은 사상 최초로 140억원을 넘어섰다.
광주/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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