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공천결과 발표 전날 알았다…“아직 모른다 해라”
작년엔 “윤석열 도왔다 하면 공천사기 자백 될 수도” 우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후보 공천 결과를 발표하기 전날 공천 결과를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28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도 공천 결과를 미리 안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위해 윤 대통령을 도왔다고 할 경우 ‘공천사기 자백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하는 녹취도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2022년 5월9일 김 전 의원과 김 전 의원 전직 보좌진 강혜경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강씨가 “대표님 축하드립니다”라고 하자 김 전 의원은 “무슨 축하 그런 소리 하지 마. 아직 모른다고 해야 돼”라고 답했다. 공천 결과는 5월10일 발표됐는데 미리 결과를 알고 있던 것이다.
김 전 의원은 강씨에게 “가능한 한 주변 사람한테 알리지 마라. 공천이 방망이(의사봉) 치기 1~2분 전에도 쪽지가 들어와서 뒤집히는 수가 있다”고 입단속을 당부했다.
김 전 의원은 또 명태균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명 사장이 그냥 못 참아서 난리지”라며 “나보고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또 얘기했구나”라고 말했다.
앞서 명씨는 김 전 의원의 공천 확정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김 전 의원 공천이 자신의 전화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강씨에게 윤 대통령을 도왔다고 하면 “공천사기 한 거에 자백이 될 수 있다”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할 것을 요구하는 녹취록도 확인됐다. 2023년 5월25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은 “선거법에 관계된 거는 공소시효가 다 지나서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정치자금법이라든지 이제 명(태균) 본부장이나 김태열(미래한국연구소장)이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문제가 되면 그런 건 검찰이나 딴 데서 다 꼬리 잘라갖고 아무 문제도 안 된다. 오히려 그게 공천사기 한 거에 자백이 되거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명씨에게 미공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명씨가 이에 대한 대가로 김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무상 여론조사 제공 등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 직전인 2022년 5월2일 “여사가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 자기 선물’이라고 했다”고 말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명씨와 강씨의 2022년 5월2일 통화 녹음을 보면 명씨는 강씨에게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했다)”며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 “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 알면은 난리 뒤집어진다”고 했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김 전 의원 공천 발표 8일 전이다.
문광호·손우성·박하얀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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