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문학이 던지는 무수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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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상 첫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한강 소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 작가의 대표작이 품절되기도 했습니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에게 기자회견이나 축하 잔치를 열지 않겠다면서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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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회 비판적 이야기로
낮고 소외된 곳의 목소리 대변
독자-사회가 해결법 고민해야
● ‘잔치’를 열지 않겠다는 결정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에게 기자회견이나 축하 잔치를 열지 않겠다면서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과 ‘잔치’라는 대비되는 단어로 심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잔치는 대부분의 문명에서 수평적 의사소통과 웃음이 가능한 자리입니다. 반면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과 윤리는 제 기능을 못 합니다. 문명의 순기능이 정지되는 시간이 바로 전쟁인 것입니다.
한강은 억압과 폭력이 빚어내는 갈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작가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잔치를 안 하겠다는 결정은 그가 가져왔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시와 소설, 희곡 등 문학 작품에는 갈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갈등은 자기 자신 때문에 힘들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과 사회 구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문학은 울고 싶은 마음, 울고 있는 마음을 작가가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문명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
작가들이 울고 싶은 사람이나 울고 있는 사람을 그려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한 개체로서의 인간은 취약하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사회적 억압과 폭력 속에 놓인 사람은 정신적으로 고통받기 마련입니다. 또 울고 싶은 사람,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문명사회임에도 질서가 완벽하진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문명사회는 인간의 취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내부에는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공동체의 법질서에서 추방된 사람, 다시 말해 법이나 문명의 질서에서 예외적인 상태에 놓인 사람을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라고 불렀습니다. 여러 교과서에 실려 있는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주인공 ‘아버지’는 폭력을 당해도 법질서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호모 사케르로 꼽을 수 있습니다.
● 낮고 소외된 사람 목소리 대변하는 문학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명사회라고 해도 질서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문학은 이런 낮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물론 모든 문학이 그렇진 않지만 상당수는 ‘세상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입니다
문학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것은 독자와 사회의 몫입니다. 문학이 큰 질문을 제기하는 경우 큰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문제 제기가 정당한지, 해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강의 수상에만 관심을 둔다면 손가락을 보고 마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의 수상 이후 제기된 논쟁을 보면서 문학의 역할, 그리고 이를 독자와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달을 보는 것입니다. 아울러 한강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권주 진주 대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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