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엎치고 덮친 삼성의 한국시리즈…'약체 평가' 뒤집은 희망의 2024시즌
시즌 초 전망은 암울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를 이끄는 '국민 유격수' 박진만 감독은 26일 KIA 타이거즈와 2024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시즌 전에 우리가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시즌 중반부터 홈에서 장타력을 앞세워서 재밌는 경기를 했다"며 "시즌이 끝날 때는 좋은 결과물을 내고 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 시즌을 돌이켰다.
삼성은 예측을 뒤엎고 '거포 군단'으로 자리매김하며 정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고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를 무너뜨리며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
돌풍은 페넌트레이스 1위 KIA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삼성은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 대 7로 패했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밀려 KIA에 우승컵을 내줬다.
2024년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 예측에서 삼성은 10개 구단 중 하위권으로 분류되며 어려운 시즌을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일 뿐이었다. 144경기에서 홈런 185개를 쏘아 올리며 '팀 홈런 1위'를 차지하고 거포 군단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또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파란을 일으켰다. 삼성은 정규리그 78승 64패 2무를 기록, 페넌트레이스 2위로 시즌을 마쳤다.
PO에 직행해서도 삼성의 기세는 이어졌다.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홈런 8개를 작렬하며 '디펜딩 챔피언' LG를 압도했다.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한국시리즈행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3차전은 잠실 원정에서 패했지만 4차전을 승리했다. PO 전적 3승 1패로 10년 만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타율 4위' 캡틴의 부상…구자욱 없이 치른 한국시리즈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전력에 큰 손실을 안아야 했기 때문. 팀의 주장이자 핵심 타자 구자욱이 2차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구자욱은 16일 대구 홈에서 열린 PO 2차전 1회부터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다. 첫 타석에서 안타로 출루했는데 후속 르윈 디아즈의 타석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2루 앞에서 좌측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다리를 절룩이며 경기를 이어갔지만 끝내 교체됐다. 인근 병원에서는 왼쪽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소견을 받았다. 삼성 구단은 다음날 "구자욱이 부상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알렸다. 한국시리즈 출전을 위해 2박 3일 동안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 치료원에서 전기 자극 치료를 받았다.
구자욱은 올해 129경기를 뛰며 33홈런을 포함해 169안타 115타점 92득점을 뽑아냈다. 타율은 3할4푼3리로 리그 전체 4위를 기록했다.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일본에서 돌아온 지난 18일 "그전까지는 불편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통증이 많이 줄었다"며 한국시리즈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끝내 몸 상태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아 대타로도 타석에 설 수 없었다. 구자욱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는 그렇게 끝났다.
이기고 있는데 쏟아진 야속한 비…'악재' 서스펜디드
구자욱은 없었지만 삼성은 힘을 냈다. 부주장 류지혁을 비롯해 베테랑들은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젊은 선수들은 기세로 밀고 나갔다. 삼성은 21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0 대 0으로 맞선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이 KIA 제임스 네일의 스위퍼를 통타해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KIA 마운드를 상대로 연속 볼넷을 골라내고 무사 1, 2루 기회까지 차렸다. 타석에는 올 시즌 삼성 최고 '히트 상품' 김영웅이 들어섰다. 김영웅은 KIA 불펜 장현식을 상대로 초구를 지켜봤다. 볼이었다.
그 순간 광주 하늘에서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비를 그라운드에 뿌렸다. 심판진은 경기를 멈춰 세웠다. 이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경기 판정이 내려졌다.
삼성으로서는 잃을 게 많았다. 우선 1차전 선발 원태인이 비를 맞으면서도 5이닝 동안 2피안타만 허용,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분명 원태인은 더 던질 수 있는 기세였다. 하지만 경기가 뒤로 밀리면서 원태인은 강제로 강판해야 했다. 또 분위기를 탔던 공격 역시 중단이었다. 여러모로 삼성에는 악재였다.
그라운드 사정상 경기는 하루 더 뒤로 밀렸다. 23일에는 남은 1차전과 2차전이 하루에 열렸다. 분수령은 6회초 무사 1, 2루 김영웅의 타석이었지만 삼성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KIA 불펜 전상현의 호투에 밀려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분위기를 잃은 삼성은 KIA에 5실점 하며 1 대 5로 1차전을 내줬다.
곧장 열린 2차전에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 선발 황동재가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⅔이닝 5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결국 2차전마저 3 대 8로 무너졌다.
구자욱, 원태인에 강민호까지…핵심 다 빼고도 잘 싸운 삼성
장소를 대구로 옮긴 뒤 삼성의 장타력이 살아났다. 광주 1, 2차전에서 홈런을 1개밖에 뽑아내지 못했던 삼성 타선은 3차전에서 솔로 홈런 4방을 집중하며 4 대 2로 승리했다. 여기에 PO 최우수선수(MVP)였던 외국인 선발 투수 데니 레예스가 7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패색이 짙던 삼성에 희망의 볕이 들었다. 4차전 선발이 '필승 카드' 에이스 원태인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태인은 1차전에서 우천 중단으로 '강제 강판'했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의욕이 더 높은 상태였다. 박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1차전을 원태인이 아쉬워하더라. 마음가짐이 굳건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꼬이고 말았다. 원태인이 이번에는 부상으로 조기 강판했다.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6실점 하며 무너졌다. 3회도 채우지 못했지만 투구 수는 78개나 됐다. 경기 직후 삼성 구단은 "원태인이 어깨 쪽 약간의 불편감이 있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고 알렸다.
끝내 원태인은 재활이 필요한 부상을 안게 됐다. 삼성은 "경기 후 MRI 촬영 결과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 진단을 받았다"며 "관절 안에 약간의 출혈과 붓기가 있는 상태"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을 동반해 4~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당초 삼성은 가용할 수 있는 선발 자원이 2명인 채로 한국시리즈를 시작했다.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견갑골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따라서 삼성에 남은 선발 자원은 레예스와 원태인뿐. 하지만 원태인마저 부상을 당하며 더욱 힘든 상황에 빠졌다.
여기에 5차전을 앞두고는 또 다른 팀의 핵심 선수 강민호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박 감독은 "오른쪽 햄스트링 쪽에 불편한 감이 있다고 해서 오늘 경기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 상태로는 수비도 쉽지 않다"고 알렸다.
에이스급 멤버들의 줄부상과 사상 초유의 상황까지. 삼성은 가을야구에서 어찌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을 매일 같이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짜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찬란했던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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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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