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직전 “우리는 올해 우승하겠습니다” 외친 초보감독 이범호, 결과로 증명해냈다

안형준 2024. 10. 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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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이범호 감독의 '선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KIA 타이거즈는 10월 2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KIA는 7-5 역전승을 거뒀다.

3차전에서 패했지만 1,2,4,5차전을 가져간 KIA는 시리즈를 4-1로 마무리했다. 2017년 이후 7년만이자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1987년 이후 37년만에 처음으로 광주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탄탄한 전력을 가진 KIA지만 사실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우승후보 1순위'는 아니었다.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집중 견제를 받은 팀은 지난해 29년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열겠다고 선언한 디펜딩 챔피언 LG와 탄탄한 전력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KT였다.

올시즌에 앞서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은 미디어데이에서 저마다 '몇 년 내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롯데에 부임한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은 '3년 내 우승'을 선언했고 2년 계약으로 SSG 지휘봉을 잡은 이숭용 감독은 자신의 임기인 2년 내에 우승을 하겠다고 받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린 초보 감독이 "우리는 올해 우승을 하겠다"고 외쳤다. 바로 이범호 감독이었다.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 전임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해임되며 급하게 지휘봉을 잡은 이범호 감독은 1981년생으로 현역 최고령 선수들인 추신수, 오승환, 김강민 등과는 겨우 한 살 차이였다.

KIA의 전력은 충분히 탄탄했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고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2년 연속으로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은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올해 우승하겠다"는 말은 김태형 감독의 3년, 이숭용 감독의 2년 선언에 지고싶지 않다는 '어린 감독'의 좋게 말하면 패기 넘치는, 심하게 표현하면 '치기 어린' 발언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부임 첫 해 정규시즌 팀을 압도적인 1위로 이끌었고 끝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정규시즌에는 2위 삼성을 9경기차로 앞서며 일찌감치 1위를 확정지었고 한국시리즈도 4승 1패로 깔끔하게 승리를 거뒀다.

이범호 감독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바로 '형님 리더십'. 젊은 감독답게 선수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형님'처럼 선수들을 이끌었다. 이범호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의 성향에 따라 팀이 바뀐다는 것은 예전부터 느껴왔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었고 그렇게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범호 감독이 추구한 방향성은 바로 '선수 위주'의 경기 운영이었다. 감독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이 추구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운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감독이 '선수 위주'로 경기를 펼치려는 것을 선수들이 깨달아줬기에 올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었다. 감독이 먼저가 아니고 선수가 먼저라는 것을 알고 선수들이 활발히 움직여줬다. 내년에도 선수들이 본인들이 추구하는 야구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략도 빛났다. 사상 첫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이틀이나 연기된 1차전 6회초 무사 1,2루 위기에서 장고 끝에 내놓은 '정공법'은 시리즈 흐름을 결정지었다. 좌타자 김영웅 타석에 좌완을 넣는 대신 '가장 큰 위기에 강한 투수를 투입한다'는 정공법으로 전상현을 선택한 것이 1차전 승리로 이어졌고 시리즈를 초반부터 리드할 수 있었다. 최형우가 컨디션 난조로 결장한 4차전에서는 '원태인 맞춤형 라인업'을 가동해 승리를 따내며 사실상 시리즈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팀에 닥친 갑작스러운 악재 속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 '1980년대생 1군 정식 감독'이 된 이범호 감독은 부임 첫 해부터 완벽한 성과를 올렸다. 현역 시절 '만루의 사나이'였던 이범호 감독은 이제 '우승 감독'으로 거듭났다.(사진=이범호)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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