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KS 불패 신화’ 또 썼다...안방 광주에서 37년만에 ‘V12′
KIA 타이거즈가 삼성 라이온즈에 7-5로 앞선 상황.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마지막 150㎞ 직구가 포수 김태군의 미트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삼성 김성윤의 방망이는 헛돌았고, 우승을 축하하는 폭죽이 광주 밤하늘을 수놓았다. KIA가 37년만에 광주 홈구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KIA가 2024 한국프로야구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산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한국야구위원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 KIA 는 경기 후반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펼치며 삼성 라이온즈를 7대5로 꺾고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삼성이 1회 초부터 홈런포로 앞서가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KIA는 이를 뚫고 최형우와 김태군의 결정적인 활약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초반, 삼성은 선두 타자 김지찬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첫 공격부터 KIA 선발 양현종을 흔들었다. 류지혁을 좌익수 뜬공, 김헌곤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 돌린 KIA였으나, 양현종이 르윈 디아즈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삼성에게 0-2로 끌려갔다. 이어진 김영웅마저 양현종의 129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솔로 홈런을 날리며 0-3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김영웅은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 최연소 4홈런 기록(21세 2개월 4일)을 달성했으며, 이 기록은 1999년 당시 이승엽(23세 2개월 2일)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었다. 양현종은 초반부터 타격을 입었고, 경기의 주도권은 삼성이 가져가는 듯 보였다.
KIA는 1회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박찬호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사 1·3루 상황, 나성범이 좌익수 뜬공으로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KIA는 한 점을 따라붙으며 1-3을 만들었다.
3회초 삼성은 또다시 디아즈의 홈런포로 기세를 올렸다. 1사 1루 상황 타석에 선 디아즈는 또다시 양현종의 132km 슬라이더를 밀어쳐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1-5로 점수를 벌렸다. 삼성 소속 선수 단일 시즌 PS 최다 홈런(5개)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한국시리즈 MVP였던 양현종은 결국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대투수로서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강판을 맞이했다. 양현종은 지난 23일 2차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8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1자책) 투구로 한국시리즈 국내 투수 최고령(36살7개월22일) 선발승을 따내며 MVP에 올랐지만, 이날은 아쉬운 결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KIA는 5회 말 최형우가 삼성의 김태훈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3-5로 추격을 시작했다. 115m를 날아간 이 홈런은 포스트시즌 최고령(40세 10개월 12일) 홈런으로 기록됐다. 종전 기록은 40세 1개월 25일로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날린 김강민(SSG)이었다.
이어 2사 1,3루 김선빈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만루를 만들었다. 2사 만루 상황, 정규시즌 30홈런-30도루의 주인공 김도영의 타석. 김도영은 3차례 파울볼로 김윤수의 공을 걸러냈고, 결국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출루를 했다. 이때 김윤수가 던진 슬라이더를 포수가 잡지 못했고, 2루와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5-5 동점을 만들어냈다. 삼성은 뼈아픈 폭투로 허망하게 동점을 허용했고,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침내 6회 말 1사 1,3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KIA 포수 김태군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내야 안타를 만들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6-5로 극적인 역전을 만들어냈다.
8회초 삼성의 2사 만루 득점 기회, 이재현의 타석에서 KIA는 구원왕 정해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해영의 2구째 이재현이 받아친 타구가 높이 떠오르면서 유격수 박찬호가 잡아내며 KIA는 위기를 넘겼다. 이어 8회말 박찬호의 2루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9회초에도 등판한 정해영은 1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KIA는 이번 한국시리즈 마운드 싸움에서 우위에 섰다. 제임스 네일-양현종-에릭 라우어로 이뤄진 선발진이 삼성의 원태인-데니 레예스 ‘원투펀치’를 이겨냈고, 네일은 2경기 10과 3분의 2이닝, 라우어는 1경기 5이닝을 책임지며 제 몫을 다했다. 위기상황마다 적절히 삼성 타선을 막아낸 불펜 장현식과 곽도규도 빛났다.
KBO 최다 우승팀인 KIA가 2위 삼성(8회 우승)과 격차를 4회로 벌리면서 리그 내 독보적 위치를 다시금 공고히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KBO 최초 1980년대생 감독이 됐고, 김응용(1983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2005년 삼성), 류중일(2011 삼성), 김태형(2015년 두산 베어스) 감독에 이어 부임 첫해 우승을 만든 5번째 감독이 됐다. 취임 첫 해 통합 우승으로도 2005년 삼성 선동열,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에 이어 세 번째다.
KIA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이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이어 올해 우승으로 2020년대에도 우승을 한 유일한 구단이 됐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전문가들이 예측한 하위권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며 팬들과 야구계에 큰 반전을 선사했다. 한국시리즈에선 5차전 끝에 KIA에게 팀 주축 부상 악재 속 우승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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