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거캠프 중국발 해킹 의혹…“트럼프 고문 전화통화 녹음도”

박은하 기자 2024. 10. 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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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감청 시도 정황 파악
중국대사관은 “모르는 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이 민주·공화당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정황이 포착돼 미 당국이 수사 중이다. 해커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고문의 전화통화를 녹음해 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집단이 미국 통신망에 침입해 유력 정치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WP는 중국 해커들이 수개월 전부터 정치인 수십명의 통화 내용을 녹음해 갔으며 통화 내용이 유출당한 정치인 가운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고문도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마이크로소프트 보안 전문가들이 ‘솔트 타이푼’이라고 이름 붙인 집단이 이번 해킹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 산하 집단으로 기업 데이터를 노리는 일반 해커들과 달리 방첩·첩보 활동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커들은 버라이즌, AT&T 등 미국 통신사를 비롯해 루멘 테크놀로지 등 통신 네트워크 기업의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미국 정계 인사들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보인다.

FBI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근의 휴대전화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 FBI는 해커들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보좌진과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의 통화 감청도 시도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커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의 통화를 엿들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캠프는 올해 초에도 해킹을 당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법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원 3명을 용의자로 지목해 기소했다.

WP는 FBI 등 수사기관이 영장을 제시할 경우 수사 대상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통신사의 내부 시스템이 해커들에게 뚫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까지 확인된 해킹 피해자 수는 100명 미만이지만 조사가 계속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국토안보부 산하 민관조직인 사이버안전점검위원회(CSRB)의 조사와는 별개로 이달 초 정부 내 유관 조직이 참여하는 긴급조사팀을 발족했다. 미국 의회도 별도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중국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지만 중국은 모든 형태의 사이버 공격과 사이버 도난에 반대하고 이에 맞서 싸운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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