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해리스 지지’ 막은 베이조스…반발 확산
“사주가 사설 게재 반대” 폭로…독자들 구독 취소 잇따라
총괄 편집인 “트럼프에 무릎” 사표…언론계서 비판 커져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대선을 앞두고 지지 후보를 표명하던 오랜 관행을 깨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사주가 이런 결정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은 WP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WP 사설 게재를 막았다는 논란에 휩싸여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지난 25일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WP는 1976년 이후 대선 때마다 지지 후보를 밝혀왔는데, 수십년간 이어진 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이 신문은 민주당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결함이 있다”며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은 1988년을 제외하면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이번 결정에 사주인 베이조스 CEO가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WP는 같은 날 별도 기사에서 “오피니언팀은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썼다”며 이를 게재하지 않은 건 “사주인 베이조스의 결정이었다”고 폭로했다.
WP 총괄편집인 로버트 케이건은 “이번 결정은 이길 것 같은 후보에게 먼저 무릎을 꿇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며 사표를 냈다. 그는 이번 결정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편에 있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WP CEO인 윌리엄 루이스는 신문사로서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결정이었을 뿐이라며 ‘사주 개입설’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NYT는 사설 게재가 무산되기 약 5주 전 베이조스 CEO가 WP 임원진과 만나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CNN은 WP가 지지 후보 표명을 포기한 지 몇 시간 만에 베이조스 CEO가 소유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임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WP 편집장을 지낸 마틴 배런은 엑스(옛 트위터)에 “민주주의를 희생양으로 삼은 비겁한 결정”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일을 베이조스를 포함한 다른 사주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인도 이번 결정이 “놀랍고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문 구독을 취소하는 독자들도 잇따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전날 WP에 게재된 ‘독자들의 편지’에서 한 독자는 WP 결정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부끄러운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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