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택 사업 ‘짠물’, 지자체 ‘돈 가뭄’…민생은 ‘타는 목마름’
행복주택 등 사업 예산 대폭 삭감…지방재정도 타격
전문가 “기금서 빼쓰는 건 미래 위한 돈 끌어쓰는 것”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금 돌려막기’에 나서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된 외국환평형기금 자산이 빠르게 줄고 있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지역의 각종 민생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정부가 발표한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면, 올해 본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29조6000억원)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에서 약 4조∼6조원을 조달한다. 외평기금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는 기금이다. 지난해에도 국세 수입 부족분(56조4000억원)을 메우는 데 19조원이 쓰였다.
당초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을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미국 대선과 중동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외평기금과 관련해서 20% 범위에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는 것을 현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지방재정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외평기금 동원이 불가피해졌다. 현행법상 세수 감소에 연동해 지방교부세·교부금을 9조7000억원 줄여야 한다. 이에 정부는 외평기금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6조5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외평기금에서 대규모 재원을 조달하면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평기금이 보유한 유동자산 규모는 2022년 111조원에서 2024년 69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여기에 5조원 안팎을 추가로 동원한다면 외평기금은 64조원으로 감소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외환 정책과 상관없이 세수 결손을 메우고자 외평기금을 사용한다는 신호를 시장 참여자에게 주는 것은 외환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 부족을 메우는 데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란이 예상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사업자와 개인에게 분양주택건설자금, 주택구입자금 등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국민주택채권과 청약통장 납입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한다. 정부는 기금 여유 재원이 충분하다며 2조∼3조원을 동원해도 건전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주거 안정 등 주택도시기금 관련 사업에는 ‘짠물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진행하는 행복주택 융자나 다가구매입임대 등 일부 사업은 예산이 대폭 깎였다.
지방재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자체가 비상시 끌어 쓰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기금 잔액이 바닥난 지자체가 13곳에 달한다.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회복과 공시가격 상승으로 지방세수가 안정화 추세에 있다”고 강조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만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 간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마치 가계가 실손보험(외평기금) 빼 쓰고 청약통장(주택도시기금) 깨고 자녀들 용돈(지방교부세) 안 주는 꼴”이라며 “세수가 부족하면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도 기금에서 꺼내 쓰는 것은 미래를 위해 대비해둔 돈을 끌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김윤나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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