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립여당 15년 만에 ‘과반 붕괴’…이시바, 취임 한 달 만에 벼랑 끝으로

조문희 기자 2024. 10. 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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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포스트 이시바’ 거론…일 최단명 총리 되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총선 패배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옛 아베파 등 대안으로 부상
‘과반’ 위한 이합집산 움직임

일본 연립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이 지난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일본 정국이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다음달 총리 지명을 위한 특별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이합집산이 숨 가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관련기사 2면

28일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개표 결과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수는 총 215석으로, 종전 279석 대비 64석 줄었을 뿐만 아니라 과반(233석)에 미치지 못했다. 당별 의석수를 보면 자민당은 종전 247석에서 191석, 공명당은 32석에서 24석으로 축소됐다.

반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98석에서 148석으로 급증했다.

자민당·공명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놓친 것은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 내각에서 정권을 탈환한 이래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공명당과 연립해 안정적 정치 기반을 구축해왔다.

자민당이 참패한 것은 지난해 말 ‘비자금 스캔들’ 파문이 불거진 후 심판 여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 배제하는 등 칼을 빼들었지만 유권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공천 배제된 인사가 대표로 있는 당 지부에 자민당 본부가 활동비 명목으로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지난 23일 알려지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으나 출마한 46명 중 28명은 낙선했다.

자민당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을 지원했던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도 낙선했다. 공명당 대표가 낙선한 것은 2009년 선거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이후 출범한 내각 중 역대 최단기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선거 패배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등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고, 옛 ‘아베파’를 비롯한 당내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 1위였으나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밀렸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포스트 이시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한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 등 다른 정당을 연정에 합류시켜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민민주당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인사를 복당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비자금 정당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입헌민주당은 지금 정권교체를 노리기보다 내년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 등을 고려해 다른 야당들과 연대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후 30일 이내에 소집되는 특별국회가 복잡한 시나리오의 1차 매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국회에서 총리 지명과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새로 하게 된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다른 당과의 협력에 관해 “성의 있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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