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지마"가 더 사무쳤던 까닭, 故김수미, 수많은 딸·아들 남긴 대모[김현록의 사심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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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미가 우리 곁을 떠났다.
때로는 따끔한 쓴소리로, 때로는 따스한 손길로 많은 이들을 어루만졌던 그녀는 지난 25일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생전 김수미는 "내 장례식장에선 웃으며 춤추며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수많은 그녀의 딸과 아들들은 그녀를 그저 웃으며 보내지 못했다.
) 그녀는 손맛 가득한 밥상에, 배고픈 이들 먹이는 것에 진정 진심이셨던 여러 순간들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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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김수미가 우리 곁을 떠났다.
때로는 따끔한 쓴소리로, 때로는 따스한 손길로 많은 이들을 어루만졌던 그녀는 지난 25일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7일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그녀의 발인에는 그녀를 기리는 많은 지인과 동료 선후배가 함께해 눈물로 고인과 작별했다. 생전 김수미는 "내 장례식장에선 웃으며 춤추며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수많은 그녀의 딸과 아들들은 그녀를 그저 웃으며 보내지 못했다. "엄마 가지마"라는 며느리의 서효림의 애타는 외침은 듣는 이들의 가슴까지 아프게 했다.
1949년생인 김수미는 1970년 MBC 공채탤런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봐도 나탈리 우드와 똑 닮은 미모였지만 주연보다 조연으로, 그시절의 청순가련보다는 개성강한 캐릭터로 두각을 드러내던 그녀는 1980년 방송을 시작한 레전드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로 전환점을 맞았다.
반백의 쪽머리로 '일용엄니'를 연기하기 시작한 그녀의 나이는 고작 31세. 지금으로 따지면 아이유 나이에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아들을 둔 양촌리 노인을 연기한 셈이다. 팽팽한 얼굴에 가발과 분장을 하고서 천연덕스럽게 그려낸 일용엄니는 어찌나 인간미가 넘쳤던지, 22년 내내 신스틸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미디는 그녀의 진가가 발휘된 또 하나의 장르였다. 남자 한 번 잘못 만나 정기를 빼앗긴 '안녕, 프란체스카'(2005)의 이사벨은 김수미이기에 가능했던 캐릭터. 그 시절 부른 희대의 명곡 '젠틀맨이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웃음버튼이다. 베테랑 여배우들의 파워를 보여준 '마파도'(2005)를 필두로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 여러 히트작에서 걸쭉한 사투리와 차진 욕설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녀는 유쾌 통쾌 상쾌한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독보적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편엔 전혀 다른 얼굴이 있었다. 그녀와 일화가 많지는 않지만 우연찮게 병문안을 간 적이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 꽤 선명하다. 조금 긴장해 쭈뼜거리던 기자에게 "사람들이 나한테 욕을 해 달라고 한다"고 스트레스를 토로하다 "자기도?"라며 돌아보시며 분위기를 풀어주신 센스쟁이 선생님. 그녀는 고민하다 챙겨간 꽃다발을 반기시면서도 "길가에서 꺾어와도 되는데. 나는 들꽃이 더 좋다"던 분이었다. 돌아서는 길엔 김치며 게장을 보내주신다며 주소를 내놓으라 하시어 사양하느라 진땀을 뺐다.
"반찬 한번 안 얻어먹은 사람이 없다." "그렇게 음식을 챙겨주셨는데." 고인의 장례식장에서는 그렇게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한다. 고 김수미를 생각하면 '엄마', '친정엄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녀가 "무덤까지 가져갈 작품"이라며 14년간 무대에 오른 뮤지컬 제목이 '친정엄마'이기도 하다.) 그녀는 손맛 가득한 밥상에, 배고픈 이들 먹이는 것에 진정 진심이셨던 여러 순간들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연예계 동료후배들를 가리지 않고 베풀다 못해 넘쳐난 그녀의 따스한 손길은 곳곳에 증거가 차고 넘친다. 먹을 줄만 알았지 만들 줄은 몰랐던 집밥 요리들이 쏟아져나온 '수미네 반찬'은 김수미샘의 이런 진가를 전국민이 알게 한 프로그램이리라. 책으로도 나온 '수미네 반찬'을 들고 가 "친정 엄마한테 요리 배우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씀드렸으면 선생님은 꽃을 바라보시던 표정으로 웃으셨을까.
연예계 곳곳에 있던 김수미의 딸 아들들이, 며느리 서효림까지도 차마 보내드릴 수 없는 '엄마'를 부르며 눈물을 삼켰다. 일정 탓에 빈소를 찾지 못한 또 하나의 아들 탁재훈이 "유채꽃을 좋아하셨지요"라며 공개한, 노란 유채꽃밭 속 그녀의 사진을 보며 더 먹먹해진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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