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총선서 친러 집권당 승리... 대통령은 “러서 선거 개입” 주장
지난 26일 총선을 치른 유럽의 조지아에서 선거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집권당이 과반 득표에 성공하자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현직 대통령까지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집권당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친서방 성향 대통령이 주도해 온 유럽연합(EU) 가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친러시아 성향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전날 총선에서 사실상 승리한 데 대해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국민의 표를 완전히 훔친 것”이라며 “러시아가 조지아에 ‘특별작전’을 실행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28일 수도 트빌리시 곳곳에서 열릴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동참할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2018년 무소속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주라비슈빌리는 조지아가 2020년 이원집정부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전환해 현재 국가 수반으로서 상징적인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
총선에서 조지아의 꿈은 54% 득표율을 기록해 과반인 89석을 얻었다. 네 정당이 뭉친 친서방 야권 연합은 61석에 그쳤다. 야권에선 일제히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화를 위한 연합’ 등 일부 야당들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조지아 밖에서도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국제공화연구소(IRI), 국가민주주의연구소(NDI) 등 국제 선거 감시 단체가 이번 총선 투표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표함 조작과 뇌물 거래, 유권자 위협, 투표소 인근에서의 신체적 폭력 등을 사례로 거론했다. 이러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조지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 당국들에 부정선거 의혹을 신속하고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지아 선관위는 이번 투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친러·친서방 정치세력이 대결해온 옛 소련 소속 국가인 몰도바도 내달 3일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치른다. 지난 20일 1차 투표에서 친서방 성향인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약 4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산두 대통령은 약 26%의 지지로 2위에 오른 친러시아 성향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과 결선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몰도바 선거에서도 러시아의 개입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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