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vs 입헌민주당 ‘합종연횡’ 돌입...정계개편 어떻게 되나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이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일본 정계는 ‘합종연횡’의 풍랑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중소 야당을 끌어들여 다시 연립 여당의 과반수를 회복하려는 자민당과, 범야권을 묶어 정권 교체를 노리는 입헌민주당이 충돌하는 것이다.
2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극히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앞으로 더욱 엄격한 당의 개혁, 발본적인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당내 일부의 ‘이시바 책임론’에 ‘사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이 내건 총선 승패 기준인 ‘자민·공명 연립 여당의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이시바 총리의 첫 시련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열릴 특별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다. 중의원 총선 이후 한 달 내 ‘총리 선거’를 치르는데 이번 자민·공명의 의석만으론 이시바 총리 재(再)지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정권 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 개혁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총리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총리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가 안 나오면 득표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한다. 이시바와 노다의 결선투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에선 결선투표가 벌어진 게 전후(戰後) 네 번밖에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인 상황이다.
현재로선 결선투표를 한다 해도 이시바가 총리로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야당이라고 해도 이념과 정치 노선이 다른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이 입헌민주당의 편이라고 볼 순 없다. 노다 대표는 수권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곤 있지만, 현실적으론 입헌민주당은 외연 확장성이 떨어져 당장 쉽지는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은 옛 자민당 출신 당선자와 일부 무소속을 영입할 테지만, 그것만으론 과반수 회복은 어려워 ‘소수 여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소수 여당’에서 탈출하려는 자민당발(發) 정계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
정계 개편의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은 국민민주당(28석)이다. 자민당은 현재 215석(자민당 191석, 공명당 24석)인 연립여당에 국민민주당을 끌어들여 과반을 회복하려 한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모리야마 간사장이 국민민주당 간부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범야권을 결속하려는 입헌민주당에도 국민민주당은 꼭 필요하다. 일본유신회(38석)는 같은 야당이지만, 정치적으론 자민당보다 더 강경 보수인 반면, 국민민주당은 중도를 지향해 꼭 끌어안아야 할 존재다. 노다 대표는 “자민당으론 안 된다고 공감하는 다른 야당들과 정중하게 협력 논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정계 개편의 데드라인은 내년 3월 ‘2026년 국회 예산위원회’ 때까지다. 일본은 연간 예산편성을 집권 여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긴다. 과반수가 안 되면 예산을 여당이 원하는 대로 편성할 수 없다. 입헌민주당의 한 전(前) 의원은 “내년 3월 전에 입헌민주당이 범야권의 연대를 형성하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정권의 마지막 관문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다. 이번 총선 참패에도 이시바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가장 큰 패인인 정치 자금 스캔들이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 때 터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선거마저 참패하면 더는 ‘사퇴 거부’할 명분이 없다.
단명 총리의 위기인 이시바 총리지만 여전히 ‘장기 집권론’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정계 개편으로 연립 여당의 과반수를 회복하고 7월 참의원 선거를 승리하는 경우다. 이후 2028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인 3년 동안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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