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화에 쇼윈도 부부 생활” vs “대체불가능한 지원 있어”

[앵커]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지난 5월 2심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1조 3,800억 원을 나눠주라고 판결하며 사실상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

다음 달 8일이 첫 번째 운명의 날로 꼽힙니다.

상고 이유서를 접수한 대법원이 본격 심리에 들어갈지 여부를 4개월 안에 결정해야 하는데, 이날이 시한입니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이상이 없다며 '심리 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 2심이 그대로 확정되고, 기각이 안 된다면 정식 심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제 마지막 페이지를 향하고 있는 세기의 소송,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상고 이유서를 이호준 기자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리포트]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과의 결혼과 이혼 과정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인용해 설명했습니다.

최종현 선대회장 내외가 사망한 "1998년 무렵부터 불화는 돌이킬 수 없었고, 쇼윈도 부부 생활을 유지했다", 혼외자에 대해선 지금도 반성하고 있지만, "아이의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혼에 나선 이유를 밝혔습니다.

1조 3,800억 원을 분할하라는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선 외도와 혼외자 등 "최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전제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혼 책임은 최 회장에게 있지만 "법 적용과 집행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SK주식 등 재산은 최 회장이 선대회장에게서 증여받은 자금으로 취득한 '특유재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기간 혼인' 과정에서 생긴 모든 재산을 획일적으로 나눈다면, 민법상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식만 있고 의미가 없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태원/SK그룹 회장/지난 6월 :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습니다."]

노 관장 측은 답변서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수한 지위 등 누구도 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형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맞섰습니다.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굳이 일을 하려면 미술이나 예술 쪽 일을 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재산 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희생과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에 그룹 존망이 달린 것처럼 호도하지만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고석훈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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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