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인천대 교수, 대통령 훈장 거부…“상 수여자도 자격 있어야”

김태희 기자 2024. 10. 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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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교수 “만약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 명의로 받고 싶다”

연말 퇴임을 앞둔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사진)가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했다.
김 교수는 “훈장을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28일 경향신문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였다.

그는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이어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열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면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라며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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