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안락사 할 것”… 루푸스 20년 앓은 중국 여성의 선택

박선민 기자 2024. 10. 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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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루푸스를 앓아왔다는 중국의 40대 여성이 안락사 의사를 밝히며 올려온 영상들. 아버지와 함께 촬영한 영상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는 상태다. /펑황왕

중국의 40대 여성이 스위스에서 안락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계면신문 등에 따르면, 자신을 전신홍반루푸스(루푸스)에 걸린 ‘사바이’라고 소개한 한 상하이 출신 40대 여성은 지난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스위스에서 안락사할 것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사바이는 스위스 시각으로 24일 오후 4시 안락사하겠다며 부친과 동행하겠다고 했다. 현재 사바이 계정에는 같은 날 ‘아빠와 나의 마지막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이후 아무런 후속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는 상태다. 마지막 영상에는 사바이가 조력사망을 지원하는 스위스 민간단체 디그니타스 건물 앞이라면서 “이곳 환경은 꽤 좋고, 옆에 작은 연못도 있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바이는 20살에 루푸스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사바이는 앞선 영상에서 여러 의사로부터 진찰받은 뒤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루푸스는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전신에 염증이 발생하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외부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계의 이상으로 오히려 면역계가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현상이 특징이다. 몇 가지 유전자와 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번 사바이의 선택을 두고 현지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네티즌은 사바이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다며 그가 용기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사바이의 ‘극단적’인 선택이 루푸스 질환에 대한 잠재적 낙인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나왔다.

사바이가 실제로 안락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5일 기준 사바이 계정은 정지됐고, 영상은 단 한 개만이 남은 상태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온라인 매체 펑황왕 취리히 특파원은 “스위스의 여러 조력 사망 지원 단체에 연락을 취했으나, 기밀 유지 이유로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조력 사망을 허용해 왔다. 작년에도 1200여 명이 조력사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버튼을 누르면 5분 내로 사망하는 ‘안락사 캡슐’이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돼 이목을 끌었다. 다만 이 안락사 캡슐은 현행법 위반 논란 속에 결국 사용이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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