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 침투 무인기 백령도서 이륙”…군 “억지주장 대응 안 해”

정희완 기자 2024. 10. 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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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성, 상세 비행경로 제시…“침투 주체 한국군 드러나”
‘재발하는 경우 보복’ 천명도…합참 “후안무치 행태” 비판

북한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주체는 한국군이라며 구체적인 비행 기록과 항적 등을 제시했다. 북한은 무인기 내에 있는 대북전단 살포 기록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군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27일 평양을 침투한 한국발 무인기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28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이 망라된 연합조사그룹이 무인기 비행조종모듈을 분해하고 비행 계획·이력을 전면 분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국방성은 지난 13일 평양 일부 지역에서 한국군 무인기와 같은 기종으로 판단되는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지난 19일 밝힌 바 있다.

국방성은 분석 결과 무인기를 침입시킨 주체는 한국군이며 그 목적은 대북전단 살포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무인기가 지난 8일 오후 11시25분30초에 서해 백령도에서 이륙한 뒤,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남포시 천리마 구역 상공을 거쳐 평양에 침입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9일 오전 1시32분8초에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 승리역 사이 상공, 오전 1시35분11초에는 국방성 청사 상공에 ‘정치선동오물’(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납북자가족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8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국방성은 무인기에는 2023년 6월5일부터 올해 10월8일 사이 작성된 비행 계획·이력 238개가 담겨 있고, 이 가운데 10월8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 내에서 비행한 기록이라고 했다. 국방성은 “적 무인기에는 정치선동오물 살포 계획과 살포한 이력이 정확히 기록돼 있다”고도 했다. 무인기의 비행 계획 경로는 그래픽으로 제작, 공개했다.

국방성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재발하는 경우’라며 단서를 제시해 당장 보복 조치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군은 억지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확인하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12차례 이상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투시켜 안전을 위협했다.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의 억지주장은 후안무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국방성 발표 이후 담화를 내고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했으며 윤괴뢰(윤석열 대통령)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됐다”는 ‘가정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우리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 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며 “세상도 궁금해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국군이 그간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에 “확인해줄 수 없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온 점을 조롱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맞대응 차원에서 조만간 무인기를 통해 대통령실이나 합참에 대남전단이나 오물을 살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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