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원영적 사고`와 노벨과학상

2024. 10.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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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부장

10월은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잔인한 달로 기억되곤 한다. 매년 '빈손 노벨상 성적표' 때문이다. 지난 7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 과학계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 9일 노벨과학상 발표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날인 10일에 뜻하지 않은 낭보가 전해졌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는 깜짝 소식에 전해진 것이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점에서 전 세계가 한강 작가의 수상을 반겼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문학계가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한 순간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 뿐만 아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려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고사 직전이던 한국 출판계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한강 신드롬'으로 이어져 꺼지지 않고 있다.

이를 보면서 노벨상 수상은 우리 국민들의 비원(悲願)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작가와 김대중 대통령(2000년 노벨평화상)에 이어 우리에게 남은 건 노벨과학상(생리의학·물리·화학상)과 경제학상이다.

그 중에서도 노벨과학상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자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세계 2위인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인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법한데,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만 25명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한국 과학계는 매년 10월이면 일본과 비교 당하며 노벨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되고,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올해 노벨과학상 이면을 보면 희망과 기대를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화학상 수상자들의 연구에 한국인 과학자들이 참여한 것이 회자되면서부터다.

마이크로RNA(miRNA) 발견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개리 러브컨 하버드 의대 교수가 1993년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 공동 1저자로 이름을 올린 과학자가 한국인 출신 하일호 박사라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하 박사는 당시 러브컨 교수 밑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miRNA 관련 연구에 참여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우리에게 더욱 아쉬운 것은 수상자로 매년 거론돼 왔던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의 연구 분야 miRNA라는 점 때문이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의 제자로, 수상에 기여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인 '로제타폴드' 개발 연구에 참여했던 한국인 과학자도 백민경 서울대 교수였다. 비록 노벨화학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줬지만 백 교수는 이번 수상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베이커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 신분으로 로제타폴드 연구의 제1저자로 주도적 역할을 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었다. 노벨화학상 수상으로 그의 연구가 세계 최고의 수월성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줬고, 언젠가는 이 분야의 혁신적 성과와 과학적 발견을 통해 노벨상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과학계에선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이 노벨과학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 최고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가 큰 공감을 얻으며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 멤버 장원영의 이름을 딴 초긍정적 사고와 태도를 뜻하는 말이다. 단순한 긍정적 사고방식을 넘어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면을 찾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모습이 MZ세대들로부터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낸 신곡 '아파트(APT)'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K-팝이 또다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이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고, 우리의 한류가 글로벌 대세인 시대가 완연히 도래했다. 좌절과 체념보다는 미래를 향한 원영적 사고로 'K-노벨과학상' 수상을 기대해 봤으면 한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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