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이성교제, 뜯어말리기 전에 믿어주고 멘토 역할해야

김미영 기자 2024. 10.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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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이성교제 대처법
청소년기 이성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워
인간관계 배우는 기회 측면에서는 긍정적
건전한 교제 위해 대화와 토론 자주 해야
인간에 대한 배려·존중 기반 성교육 필수
게티이미지뱅크

#1.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서진아(42)씨는 요즘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아 고민이다. 서씨는 “자녀의 이성교제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부모로서 이성교제를 하는 자녀를 어떻게 대하고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며 “무조건 반대할 수도, 적극적으로 응원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2.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홍선미(49·가명)씨는 같은 반 남자아이와 6개월 이상 교제 중인 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그는 “딸이 남자친구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담임 선생님도 둘의 교제를 알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연애 기간이 늘수록 둘 사이의 신체 접촉 여부와 정도, 향후 겪을 수 있는 이별에 따른 방황과 성적 하락 등의 부작용이 염려되는데 부모로서 딸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이처럼 청소년 자녀의 이성교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다.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만나는 이성친구는 괜찮은 애일까’ ‘임신 등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까’ 등을 염려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모의 우려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부모세대에 비해 신체 성장이 빠를 뿐 아니라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이성과 성에 일찍 눈을 뜨고 경험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첫 이성교제를 시작하는데, 기념일을 챙기고 카페 등지에서 데이트를 한다. 중학교 때부터는 극장, 코인노래방, 룸카페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데이트도 이뤄진다.

청소년들의 이성교제가 보편화된 지금, 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상담소’를 쓴 이정아 국제대학교 교수, ‘챗GPT 성교육’을 쓴 이석원 자주스쿨 대표, ‘사춘기 마음을 통역해 드립니다’를 쓴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녀의 건강한 이성교제을 위한 부모의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이성교제는 성장의 한 과정

청소년기에는 이성을 향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이정아 교수는 “남녀 간의 이성교제가 아니더라도 배우나 가수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이나 학교에서 이상형의 친구나 동생을 좋아하기도 한다”며 “호르몬의 변화와 성장하는 자신의 몸의 변화 등 다양한 신체변화가 오면서 자연스레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에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현수 교수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정상 발달의 과정이며, 더 정확한 표현은 이성교제라기보다는 ‘부모가 아닌 타인을 사랑하기’ ‘우정이 아닌 연인으로 사랑해보기’”라며 “사랑에 빠져 일시적으로 서로에게 집착하는 동안 일어나는 문제 정도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모는 내 아이도 이성교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교제를 알았을 때에도 화를 내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건전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교제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모로서 어리게만 생각했던 아이의 이성교제가 당황스럽겠지만,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순기능을 고려해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석원 대표는 “이성교제를 통해 사회와 인간관계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기의 연애는 성장의 실험실”이라며 “다름을 이해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우면서 상대방과의 관계, 감정을 서로 탐구하는 것은 물론 사랑과 신뢰를 쌓는 동시에 갈등과 화해를 경험하면서 성숙한 사회적 존재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중요한 것은 경계존중인데, 부모가 자녀의 신체를 접촉할 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자녀가 경계를 넘어가지 않는 이성과 서로 존중하는 교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네 편’임을 알려주기

자녀의 이성교제를 알았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청소년기 이성교제는 부모가 지나친 관심을 보이거나, 반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낌새를 보이면 이성교제 자체를 숨기거나 왜곡하고, 잘못된 행동을 할 위험은 더 커진다. 자녀가 이성교제를 통해 새로운 대인관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미래와 목표, 건강한 성장을 위해 서로 격려하고 도움을 주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한편 언제나 부모가 ‘네 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김현수 교수는 “자녀가 사랑을 시작한 것을 축하하고 기뻐해주고, 좋은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해줘야 자녀가 숨기지 않고 대화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연애하는 동안 좋은 일이 더 많아져야 바람직한 연애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자녀도 사랑하는 동안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개 연애나 스킨십은 절대 안 된다’ ‘성적 떨어지면 가만 안 둔다’ 등으로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네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뿌듯하구나’ ‘엄마는 못해본 연애를 네가 하다니, 자랑스럽다’ 등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녀가 이성교제 사실을 숨기지 않고, 부모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이성교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정아 교수는 “‘엄마나 아빠도 어릴 때 ○○을 좋아한 적이 있단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라고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 자녀가 편안하게 부모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며 “이때는 서로를 위해 이성 친구를 배려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되, 자연스럽게 주제에 접근해 자녀가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교제 과정에서 겪는 갑작스러운 이별은 자녀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이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도 부모가 알려줄 필요가 있다. 연애뿐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만남과 헤어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이별의 경험이 상실과 패배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석원 대표는 “연애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여러 경험 중 하나다. 만약 이별하게 되면 일기예보를 하듯 말해야 한다. 상대방이 당황스러워하지 않게 사전에 신호를 주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예절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려줘야 한다”며 “이별 과정에서 이렇게 예보를 하면, 서로 마음의 상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과 대화로 대처법 키워야

성인과 마찬가지로 청소년기의 이성교제도 지나치게 감정몰입을 하면 균형이 깨지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석원 대표는 “정서적으로 탄탄한 아이들은 학업부진이 일어나거나, 정서적 방황을 겪지 않는다”며 “연애라는 성장의 실험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부모와 자녀 모두 공부해야 하는데, 부모가 옆에서 상담사가 되어 자녀가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때는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 즉 토론에 기반한 하브루타 공부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하브루타 공부법은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학습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토론 교육 방식으로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즉, ‘너는 연애를 어떤 것 때문에 하는 것이야?’ ‘너는 남자친구를 위해 어떤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스킨십을 하거나 집착을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만약 성관계하는 상황이 닥쳤는데, 피임도구나 콘돔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거야?’ 등 이성교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질문하고, 자녀에게 답변을 유도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르쳐줘야 한다.

이정아 교수는 “자녀의 건전한 이성교제를 위해 부모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토대로 대화를 나누거나, 방송 프로그램, 영화, 책 등을 함께 보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거나 토론을 해볼 수 있다”며 “자녀가 이성교제를 하기 전에 여자와 남자의 특성, 서로 배려하는 과정,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 학생이라는 신분의 한계,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교제 기간이 길어지고 스킨십이 깊어지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콘돔 등 피임법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이석원 대표는 “성교육은 단순한 예방교육이 아니라 자녀가 더 나은 인간관계를 갖고 성숙한 사람으로 만드는 밑거름, 즉 인간과 인성에 대한 교육이라는 점에서 청소년기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인간에 대한 존중의식이 없기 때문에 원치 않은 성관계와 임신은 물론 더 나아가 딥페이크 범죄, 교제 살인과 폭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는 자녀에게 연애하는 동안 좋은 일이 더 많아져야 바람직한 연애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사귀는 동안 자신의 책임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줘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정에서 중요한 경계존중

자녀의 연애에서 스킨십은 금지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라는 점에서 자녀가 어떤 상황에서 경계를 정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스킨십이 서로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므로, 서로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말과 함께 행동으로 부모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원 대표는 “일례로 가정에서 아빠가 엄마한테 억지로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자녀가 원치 않는데 부모가 자녀에게 스킨십을 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며 “가정에서 중요한 것은 경계존중인데, 부모가 자녀의 신체를 접촉할 때에도 동의를 구하는 것이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자녀가 경계를 넘어가지 않는 이성과 서로 존중하는 교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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