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든 청소년에게 건네는 위로와 희망

한겨레 2024. 10. 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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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년짜리 시한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죽음에 절망하며 비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남은 1년이라도 가치 있게 살아보자고, 그 1년이 다 가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죽지 말자고 정한 나만의 위로 방식이었다."

자신의 마지막 날을 스스로 정한 삶도 시한부일까? 우연히 서점에 들렸던 날, 이 문장이 쓰여진 백은별 작가의 책 '시한부'를 보고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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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 너와 함께 읽고 싶은 책
백은별 ‘시한부’

“내가 1년짜리 시한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죽음에 절망하며 비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남은 1년이라도 가치 있게 살아보자고, 그 1년이 다 가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죽지 말자고 정한 나만의 위로 방식이었다.”

-본문 중

자신의 마지막 날을 스스로 정한 삶도 시한부일까? 우연히 서점에 들렸던 날, 이 문장이 쓰여진 백은별 작가의 책 ‘시한부’를 보고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시한부’는 익숙하지만 표현하기 어렵기도 하고, 청소년에게 (때로는) 민감한 주제인 우울증과 자살을 섬세하게 다룬 장편소설이다.

‘시한부’의 이야기는 주인공 ‘유수아’와 단짝 친구 ‘황윤서’가 함께 새 학기를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자의 아픈 사연을 안고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친구였던 수아와 윤서는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서로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여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새벽, 수아는 윤서에게서 학교 옥상에서 찍은 사진을 받는다. 그리고 수아는 소중한 친구 윤서의 마지막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힘들고 아팠던 친구의 죽음에 극심한 죄책감을 느낀 수아는 365일, 즉 1년의 디데이를 만들어 자신도 D-DAY인 크리스마스에 생을 마감하겠다고 결심한다. 윤서의 죽음 이후 수아의 우울증이 심해지고 수아의 엄마는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하지만, 수아의 마음의 병은 쉽사리 낫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된 수아는 전학생 ‘성민’과 만난다. 수아는 성민을 경계하고 밀어내지만, 시간이 흘러 둘은 서로를 위로하며 편안한 사이가 되어간다. 한편, 수아는 자신의 우울증으로 엄마와 잦은 갈등을 빚는다. 수아가 원했던 것은 진심이 담긴 위로와 공감이었으나, 수아의 엄마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수아는 윤서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리에서 윤서가 했던 것처럼 옥상에서 찍은 사진을 성민에게 보낸다. 그리고 수아는 알게 된다. 사실은 윤서도 살고 싶었음을. 윤서도 당시에 무서움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 잡아주길 바랐다는 것을. 때마침 성민이 수아를 찾아와 붙잡고, 수아가 성민이 내민 손을 잡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시한부’를 읽으며 개인적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소설을 읽을수록 사랑받고 자란 평범한 아이지만 특별한 주인공 수아에게 점점 공감하며 빠져들게 되었고, 수아의 이야기는 나에게 희망이 되어주었다. 우울증, 친구 관계, 입시 등 다양한 소재로 청소년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소설이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인 작가는 섬세한 문장들과 슬프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울린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다수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치고 힘든 청소년들이 많지만, 그저 그 또래 아이들이 겪는 사춘기, 혹은 투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입시 스트레스와 인간관계가 버거운 청소년들은 진지하게 죽음을 고민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자살에 관한 책이 시중에 많다. 하지만, ‘시한부’는 마음이 지치고 힘든 청소년들에게는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고, 청소년들의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몇몇 어른들의 인식을 바꾸는 그 출발점이 될 소설이 아닐까, 라는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시한부’는 사랑받고 평범하게 자란 아이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백은별 작가는 이 소설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는 숙제를 던져주는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책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박사빈 광교호수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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