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광주 쓰레기소각장, 이번엔 후보지 선정될까…배수진 친 광주시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4. 10. 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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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공모에 서구 1곳·남구 1곳·광산 4곳 신청…동구·북구 ‘0’곳, 페널티 불가피
소각시설 지하화, 지상에는 명품공원…1000억원대 행·재정적 인센티브 제시
여전한 주민들 반발 “악취 되풀이·절차 투명성 의심에 지역 이미지 실추”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가 광역시 최초로 '선(先) 자치구 신청' 방식을 적용한 자원회수시설(생활쓰레기 소각장) 입지 3차 공모에 모두 6곳이 신청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만 본다면 혐오시설의 대명사였던 '쓰레기 소각장'이 대규모 예산지원과 시설 현대화 등으로 인해 광주 3개 자치구 사이에 유치 경쟁 대상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무산된 데다 일부 후보지에선 반대 여론이 여전히 거센 상황이어서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만약 내년 상반기까지 입지 선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른 가연성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의 데드라인인 2030년 가동 시기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하루빨리 후보지를 선정해야 하지만 여전히 싸늘한 주민 반대여론이 후보지 선정 성공 여부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가 사실상 배수진을 친 3차 공모에서 최종 입지 선정이 이뤄질지 아니면 또다시 불발될지에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광주시는 2030년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완공된 광주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 2-2단계. ⓒ광주시

3차 공모에 6대1 '경쟁'…주민 반대 여론이 최대 변수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자원회수 시설 후보지 3차 공모에서 총 6곳이 신청했다. 자치구별로 서구 1·남구 1·광산구 4곳이다. 광주시는 신청지를 대상으로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른 입지 선정 절차를 본격 추진한다. 동구와 북구는 후보지를 제출하지 않았다. 

광주시와의 '자치구별 적정후보지 1곳 이상 제출 노력' 협약을 지키지 못한 동구와 북구에 대해서는 가산금 부과 등 직·간접적인 패널티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구는 지리적 특성상 무등산 국립공원이 있고, 도심에 위치해 있어 자체적으로 후보지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동구 측은 "소각장 입지 조건인 3만2000㎡ 이상 면적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개발제한구역이거나 환경평가 1∼2등급지로 소각장 시설이 들어서기 부적합한 곳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북구 관계자는 "후보지 3곳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했으나 3곳 모두 환경평가 1∼2등급이 나오는 개발제한구역인 탓에 건립 부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2030년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라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 소각장은 2030년 준공 목표로 3240억원을 들여 6만6000㎡ 규모로 만들 예정으로, 하루 처리량은 650톤이다. 2020년 기준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 등을 제외한 광주지역 생활 쓰레기 발생량은 512톤이다.

시는 이번에 제출된 입지 후보지를 대상으로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입지선정 절차를 본격 추진한다. 자치구에서 제출한 검토의견서를 바탕으로 응모요건과 입지여건에 대한 2차 검증을 할 예정이다. 이어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타당성 조사를 거쳐 최종 순위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최종입지를 결정하게 된다.

광주에서는 2016년 12월 상무 소각장 폐쇄 후 대형 소각시설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현재 광주 생활 쓰레기는 남구 양과동 광역 위생매립장에 매립되거나 자원화전처리시설에서 고형 연료(SRF)로 만들어 전남 나주 열병합발전소로 보내고 있다. 시는 소각시설을 지하화하는 대신 지상에 명품공원을 조성하고 '우리나라 대표 랜드마크'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새 소각장 조성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까지 제안한 상태다. 

후보지 못 찾고 3년 허송세월…광주시 '발등의 불' 

하지만 이 같은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후보지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3년 허송세월의 내막은 이렇다. 

시는 2021년 10월 구청장협의회의 광역 자원회수시설 설치 건의를 받아들였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자치구 고유사무이지만, 효율성 등을 따져 광주시가 위임 사무로 대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2022년부터 기본구상 용역을 통해 시설 규모(하루 650톤 처리 용량) 등을 확정하고, 입지를 공모했다. 시는 곧바로 다음해인 2023년 4월 1차 공모를 통해 6곳을 신청 받았으나 검토 끝에 같은 해 11월 응모 요건 미 충족으로 모두 부적격 처리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올해 1월 진행한 2차 공모에서는 7곳이 신청했다. 이처럼 후끈 달아오른 유치경쟁(?)에 시청 안팎에선 대표적 님비(NIMBY)인 쓰레기 소각장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잔뜩 고무됐다. 주민·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는 이 중 북구 장등동과 서구 매월동, 광산구 삼도동 등 3곳으로 평가 대상을 추렸다. 

9월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가 쓰레기 소각장 입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시농민회

하지만 광주시는 소각장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다. 평가 대상지 확정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격하게 반발하면서다. 후보지 3곳의 지역민은 집회 등을 통해 반발 수위를 높여갔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주민들의 불만은 되레 확산하고 연일 시청 앞 광장에서 집단시위가 이어졌다. 삭발식 등 시위 강도도 매번 높아졌다. 

여기에 소각장 후보지역에 위치한 다른 타 지자체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북구 장등동이 소각장 설치 후보지에 포함되자 인근 담양 고서지역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고 담양군의회 의원들도 본회의를 열어 '장등동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후보지 선정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국 기피·혐오 시설이라는 인식과 일부 후보지의 법적 조건 미 충족 등을 이유로 두차 례에 걸친 입지 선정은 무산됐다. 그 사이 3년의 아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자치구 옥죈 광주시…자치구와 책임 분담 선정방식 전환

2차 공모에서 주민 반발에 부딪힌 광주시는 입지선정 방식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시(市) 중심의 소각장 후보지 공모절차를 탓하면서다. 기존 방식으론 주민 의견 수렴 등이 어렵다는 지적을 명분 삼아 주민 삶과 맞닿아 있는 자치구 주도의 신청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선(先) 자치구 신청, 후(後) 광주시 주도 방식'으로 다시 밟기로 한 것이다. 

광주시는 올해 7월 5개 자치구와 광역시 최초로 '선(先) 자치구 신청, 후(後) 광주시 사업추진 방식'에 합의했다. 시는 당시 최종입지 자치구에 공사비(3240억원)의 20%인 편익시설 설치비 600억원 이상과 특별지원금 500억 원, 연간 20억 원 이상의 주민지원기금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자치구와 함께 권역별·행정동별 주민설명회, 대시민 홍보 및 주민수용성 향상을 위한 선진지 견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홍보 등 친환경시설 알리기에 주력해 왔다.

전남 담양 고서면 사회단체들이 도로변에 광주 북구 장등동 쓰레기 소각장 건립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000억원대 당근책 제시했지만…주민 반응은 '싸늘'

1000억원 규모가 넘는 인센티브와 행정적 지원 제시에도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예비 후보지로 꼽히는 서구 서창동, 매월동 등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데다 매월동의 경우 인근 군공항으로 인해 시설물 높이 제한이 있어 굴뚝을 45m 이상 높이지 못하는 등 제약 사항이 많다고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지인 광산구 삼도동의 한 주민들도 지난 7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광주시가 소각장 설치 시의 문제점이나 주민들이 받을 피해는 무시하고 지원과 혜택만 강조해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에서 당연히 설치해줘야 할 주민 편의 시설을 선심쓰듯 보상안으로 내놓고, 주민들과 소통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후보지를 선정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무려 4곳이 신청한 광산구에선 제기된 각종 의혹 관련 광산구와 농민회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제기된 의혹은 크게 3가지다. 4개 자치구에 비해 신청지가 많다는 점과 200억 원의 성과금(인센티브) 확보'가 목적이라는 주장, 접수된 응모서류 보완 여부 등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는 지난 17일 광산구청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광산구는 쓰레기소각장 입지 재공모 신청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접수가 끝난 재공모에 6곳이 신청됐는데 그중 광산구만 4곳이다. 동마다 설명회를 열어 소각장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구청장의 행보 때문이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에 광산구는 입장문을 내고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구청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원활한 자원회수시설 건립 사업 추진을 위해 정확한 정보와 사실을 최대한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였지 '숨은 의도'를 갖고 노력한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번 3차 공모에서도 후보지 선정이 끝내 좌절돼 2030년 이전에 소각장이 들어서지 못하면 하루 650톤가량의 생활쓰레기를 광주 시내 곳곳에 쌓아 두거나 소각장을 갖춘 다른 지자체에 처리를 부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간 100억원이 넘는 처리 비용도 광주시의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관련 없음) ⓒ시사저널

'1일 650톤' 생활쓰레기 어디로…최악의 경우 '흉물 도시' 전락

광주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소각장이 없는 곳으로, 오는 2030년부터 가연성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3차 공모에서의 6대1의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최종 입지 선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만약 후보지 선정이 끝내 좌절돼 2030년 이전에 소각장이 들어서지 못하면 하루 650톤가량의 생활쓰레기를 곳곳에 쌓아 두거나 소각장을 갖춘 다른 지자체에 처리를 부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간 100억원이 넘는 처리 비용도 광주시의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의 쓰레기를 받아 줄 타 지자체가 나올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광주가 온통 쓰레기 뒤덮인 '흉물의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3차 공모의 성패에 이목이 쏠린다.

광주시 관계자는 "1, 2차 때 응모여건과 입지여건 등이 맞지 않아서 최종 결정을 못한 것이고, 민원 때문은 아니었다"며 "이번 3차에는 최종적으로 시에서 한번 더 검토하겠지만 자치구에서 기본적인 여건 등을 걸러서 신청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지역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최종 한 곳만 남게 되더라도 계속 또 공고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후보지 가운데 최종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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