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회복세인데"… LG엔솔, 전기차 시장 전망 `보수적`
손실폭 감소… 캐즘 속 선방
내년 설비투자 효율적 운영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3분기 실적이 전기차 캐즘에도 선방했지만 올해 4분기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보수적으로 내놨다. 내년 설비투자 규모도 필수투자만 집행해 지속적으로 과잉 생산능력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8778억원과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각각 11.6%, 129.5% 증가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IRA AMPC(생산세액공제) 금액은 4660억원이다. 이를 제외한 3분기 영업손실은 177억원이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이 2525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손실 폭을 대폭 줄였다.
◇4분기 수익성 개선 요원·"유럽 경기침체 여전"= LG에너지솔루션은 선방한 실적에도 올 4분기와 내년 매출 성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4분기에 유럽 완성차업체(OEM)들의 수요 개선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의 모듈 생산 속도 확대에도 북미 주요 고객들이 연말 재고를 조정하면서 주문량이 줄어드는 데다 주요 메탈 가격의 하락이 판매가격에 반영돼 매출 감소 영향이 있다는 이유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손익 관점에서 계절적 영향으로 고수익 제품의 출하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영향과 연말 OEM들의 재고 조정 등 일회성 요인으로 3분기 대비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4분기 매출은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전망 역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업체들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객사들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시장 내 경쟁이 매우 상당히 격화되고 있다. 다음 주 미국 대선 결과까지 외부 변동 리스크에 흔들림 없는 펀드멘탈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회복 조짐이 보이는 유럽의 내년 전기차 시장 성장률 전망도 보수적으로 내놨다. 유럽은 내년부터 CO2 배출 규제가 현행 대비 20% 이상 강화되면서 글로벌 OEM들의 보급형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장성훈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 담당은 "유럽 시장 특성상 주요 OEM들은 저가형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2만5000유로 이하의 보급형 모델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 규제가 유럽 내에서 전기차 침투율 확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아직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했다.
◇불확실성 큰 환경·"필수 투자만 집행할 것"=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나 정책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내년 신규 설비투자(CAPEX)는 필수 영역 외에는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계획도 강조했다. 올 3분기 CAPEX 규모는 3조1180억원인데 북미 중심의 신규 증설 투자도 효율적으로 축소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CFO는 "CAPEX 투자를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투자의 필요성이나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투자에 한해서만 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도 조절은 물론이고 자산운용을 최적화해 결론적으로 일부 필수 불가결한 투자를 제외한 CAPEX 지출은 최소화해 내년에는 올해 대비 CAPEX 집행 폭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생산능력 과잉을 막고 불필요한 투자로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장기적으로 북미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시설 유휴 라인은 ESS 등 타용도로 전환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기존 라인의 활용도도 최대화해 공장 가동률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고정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손실 부분을 커버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어느 때 보다 급격한 대외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치밀한 전략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압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고객가치를 높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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