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사우디서 AI·신재생 뿌리내린다

장우진 2024. 10.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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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소개·가전·에너지·OTT 등
새로운 글로벌 생태계 조성 행보
對사우디 수출액 22년새 60% ↑
지난 3월, LG전자의 최첨단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5(Multi V 5)' 생산을 시작한 LG-셰이커 합작공장. LG전자 뉴스룸
기아 타스만 티저 영상. 영상 캡쳐.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새 먹거리 확보에 나선다. 중동 지역의 경우 원유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등 신재생·정보통신기술(ICT) 중심으로 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우디는 그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공략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또 미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복안으로 중동 시장을 택하고, 전방위 산업군에서 접점을 늘려 새로운 글로벌 생태계 조성을 이끌어간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29일 사우디 제다모터쇼서 픽업트럭 타스만을 첫 공개할 예정이다. 타스만은 기아가 1970년대 선보인 브리사 픽업 이후 50여년 만에 글로벌 시장을 주무대로 선보이는 픽업트럭 모델로, 중동을 세계 최초 공개 무대로 정했다.

기아가 글로벌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티저 영상을 보면 타스만은 광활한 사막 지역을 달리는 모습이 주를 이루는 데, 그만큼 오프로드 기술력과 함께 중동시장 공략 의지가 드러난다.

현대차의 경우 2020년 수소차 4대(넥쏘·FCEV)를 사우디에 수출했으며, 작년 10월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상반기부터 전기·내연기관차를 양산하기로 했다. 올 3월에는 사우디 기가 프로젝트 중 하나인 RSG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수소차 실증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산유국의 친환경차'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20~2023년 4년간 사우디 시장에서 에어컨 제품의 연평균 매출액이 36.6% 성장했다. 현재 LG전자 사우디 생산법인의 연간 에어컨 생산량은 가정용 에어컨(RAC) 40만대, 상업용 에어컨(SAC)이 18만대 수준이다. 2022년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별도 판매법인인 LGESJ를 설립하고 가전, TV, 모빌리티, 로봇 등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외에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전기차 충전 사업도 중동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은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에서 EV 충전사업 도슨트투어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미국과 함께 유럽 시장을 우선 보고 있다"며 "그 다음으로는 스마트 시티 조성에 나선 사우디 등 중동 시장을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시간을 좀 더 둘 예정"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이달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출장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달 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법인 출범을 앞두고 주요협력 논의를 위한 것이 배경으로 거론되며, AI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1위 아랍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인 샤히드를 비롯한 오에스엔플러스(OSN+)·티오디(TOD) 등 중동 현지 OTT업체와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공략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플랫폼 사업인 'TV플러스' 육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콘텐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동 지역도 한 축을 맡게 된다.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동 지역을 새로운 공략 시장으로 삼은 것은, 현지 정부가 원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배경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데다, 글로벌 시장이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중동 지역이 새로운 공략 지역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사우디 수출액은 2021년 33억2500만달러(4조6000억원)에서 작년엔 53억2500만달러(7조4000억원)로 2년새 60%가량 증가했으며, 올 1~9월 누적 수출액은 39억7900만달러(5조5000억원)다. 수출 품목의 경우 자동차가 1위를 지키는 가운데 2020년만 해도 수출 2~3위 품목이던 철강·고무제품을 제치고 작년과 올해엔 전력용기기가 2위에 올랐다.

특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사우디는 '비전 2030'를 제시하고 경우 비석유 부문 수출 기여도 16%→50% 확대, AI·5G 등 ICT 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비중 50% 확보 등을 목표로 세웠다. 2022~2023년 양국이 맺은 투자 양해각서(MOU) 규모는 60조원대에 이른다.

이날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사우디 전력조달공사(SPPC)가 발표한 제5차 국가한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 태양광 프로젝트 4개 사업 중 3개 사업의 최종 후보가 됐다. 네이버는 지난 8일 파이살 빈 아야프 사우디 리야드 시장과 모하메드 알부티 국립주택공사(NHC) 최고경영자(CEO) 등이 성남 사옥을 방문하고 AI·자율주행 기술협업을 논의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접점이 확대되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작년 10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탈석유·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경제 대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사우디와 수소, 원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협력하면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수호해 나갈 수 있다"며 "한국이 가진 고도의 ICT,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핵심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우디의 국가비전 실현을 위해 양국이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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