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의대 증원·N수생 '변수'…올해도 불수능?

장규호 2024. 10. 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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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공부를 남은 기간 어떻게 정리하느냐,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실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불린 2024학년도 못지않은 난도로 출제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입니다.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면서 상위 성적의 N수생(재수생 이상)이 대거 수능을 볼 것이란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국어·수학·영어 기본 과목이 변별력 있게 출제되지 않으면 탐구과목 선택의 유·불리에 따라 대입의 성패가 갈리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한편으론 지난 6월 모의평가는 작년 수능급으로 어렵게 출제됐다가 9월 모의평가는 너무 쉽게 나오면서 ‘난도 널뛰기’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번 수능의 난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수능 전체 성적을 좌우하는 1교시 국어에선 비문학 지문에 대략 여덟 문제(공통영역의 약 24%)가 나오는데요, 올해는 경제·경영 관련 내용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과거 2020년, 2022년에 경제·경영 지문이 출제된 이후 2년 연속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올해 대학 정시 모집 요강의 달라진 점과 2028학년도 이후 수능 문제의 변화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9월 모평보다 어려워진다" 관측이 대세
지원 대학별 정시 요강 맞춰 최종 정리를

뉴스1

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빼겠다는 정부 방침이 올해로 2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중상위권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난도로 조절하면서 변별력은 유지한다는 게 핵심인데요, 출제 방식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히고 있습니다. 국어 비문학 지문의 경우, 난해한 내용이나 개념을 담은 지문은 피하되 문제에서 답을 찾아내기 어렵게 출제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지문의 행간에 숨은 논리를 빨리,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수 줄이고 실전 감각 높여야

입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수능이 작년 수준과 비슷하게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수학은 6월 모평 수준으로, 영어는 9월 모평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이라면 고난도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중하위권은 아는 문제는 절대 놓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의 학습보다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수능 점수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최선의 방법은 단연 취약 단원 정복이죠. 수능 기출문제와 모의평가 문제를 풀면서 자주 틀리는 문제 중심으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실전 감각 또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모평은 올해 수능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중요 길목입니다. 탐구 과목은 한 문제로도 점수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으므로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이번엔 과목별로 살펴볼까요? 수학은 주관식 한두 문제로 변별력이 생기는 대표적 과목입니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은 주관식 고난도 심화문제를 매일 풀면서 감을 유지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합니다. 국어와 영어는 제한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시간 배분이 중요합니다. 탐구 영역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본 개념을 확인하며 기출문제 오답 문항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시 모집 요강 다시 확인을

다음으로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의 정시 모집 요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과목별 중요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정시 선발 때 국어·수학·영어·탐구 영역의 반영 비율이 대학별로 다른데요, 연세대와 한양대는 작년과 다른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인문계 모집 단위에서 국어 반영 비율을 높이고, 자연계열에선 수학 반영 비율을 올립니다.

한편으론 많은 대학이 올해 입시에서 ‘선택과목 제한’(지정과목 제도)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계열 학과 지원의 문턱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연세대·한양대·이화여대는 수학과 과학 영역에서 지정 과목을 폐지하고, 고려대는 수학만 폐지합니다. 성균관대는 한 과목 이상 과학탐구를 응시해야 하는 제한을 없앱니다. 이전에는 자연계열에 입학하려면 대부분 미적분·기하·과탐 등을 응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수능 수학의 ‘확률과 통계’ 또는 사회탐구를 치른 학생도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많아집니다.

생글생글로 통합사회·과학 대비

앞으로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볼까요? 현재의 중학교 3학년생들은 2028학년도 수능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러야 합니다. 지금은 총 17개 과목 중 한두 개를 선택하는 사회·과학탐구 선택 제도가 폐지되고,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시험을 봐야 하는 거죠. 지난달에는 이와 관련한 예시 문항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통합사회는 지리·역사·도덕 등 각 과목의 핵심 개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문제가 출제됐어요. 예를 들어, 이슬람 여행과 관련한 지문을 내고 해당 문화권에 대한 설명 중 맞는 것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또 청소년 노동권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관련 지문을 내고 학생이 인권·헌법·정의·소수자 차별 문제 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도 나왔습니다. 난도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서술형 문제, 언제쯤?

우리나라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볼 수 있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내년 3월 발표를 앞두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달 말 주요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선 ‘AI·디지털 시대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 ‘성장·역량 중심의 평가와 대입 패러다임 전환’이란 키워드가 제시됐습니다. 특히 성장·역량 중심 평가를 위해 앞으로 수능 이원화, 수능에 서술형·논술형 평가 도입, 고교 내신 평가의 외부 기관 출제 도입 등도 검토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수능 이원화란 수능을 한 해에 두 번 보거나 언어와 수학만 치는 수능Ⅰ, 그 외 선택과목을 평가하는 수능Ⅱ로 나누는 방안을 말합니다.

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그 방향은 포괄적인 과목의 이해와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학습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평소 생글생글을 통해 경제·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다양한 글을 폭넓게 읽어보고 글도 써보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출제 가능성 높아진 국어 경제·경영 지문
기업경영 원리, 피벗 등의 배경 살피세요

기업경영과 경제정책의 원리

위에서 예시로 든 올 6월 모평의 ‘주인(주주)-대리인(전문경영인) 문제’나 9월 모평의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법’은 특정 개념이나 용어를 알고 있는지 묻는 게 아닙니다. 기업경영과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적어도 지문에서 언급한 내용의 논리적 인과관계를 따져볼 줄 아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물론 지문 길이가 길고 학생들이 평소 관심을 갖는 영역이 아니어서 시험장에서 맞닥뜨리면 크게 당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톡옵션의 개념과 작동 방식, 사외이사제나 경영공시제도의 도입 취지 등을 평소에 공부해두어야 합니다. 공정거래법은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규제 대상에 올립니다. 상식적 수준에서 지문을 읽고 답을 잘 찾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의 폐해보다 더 큰 경우’와 같이 규제에서 예외를 두는 경우를 잘 봐야 합니다. 이용 후기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사업자는 게시자를 인터넷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에도 다른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게시글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경제정책은 소비자 후생, 공익 등을 중시한다는 점을 알고 답이 옳고 그른지 판별해야 합니다.

피벗, 물가안정목표제 등

올해 세계경제의 키워드 중 하나로 ‘피벗(pivot, 금리정책의 전환)’을 꼽을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물가와 고용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조절하는데, 기존의 인상 또는 인하 기조를 180도 바꾸는 것을 피벗이라 부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1년 말 제로(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지난 8월 연 5.50%까지 급격히 끌어올렸습니다. 미국 내 소비 열기가 가라앉을 줄 모르고 물가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물가상승세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지난 9월 드디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고 피벗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관심을 가질 용어가 바로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입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량이나 금리 같은 명시적 중간 목표 없이 일정 기간 달성해야 할 물가 목표치를 미리 정하고, 여기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Fed의 경우 연 2%를 물가 목표치로 잡고 있는데, 달라진 경제 체력과 호황 지속으로 이 목표치가 이미 높아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래서 피벗의 시기를 좀 더 당겼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의 이해

9월 모평에선 블록체인 지문이 출제되었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역시나 어렵습니다. 블록체인이 대략 어떤 기술인지 알고 있더라도 지문을 꼼꼼히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죠. 제일 좋은 것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겁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블록이라는 단위로 묶은 뒤, 체인 형태로 연결하고, 그 결과물을 여러 대의 컴퓨터에 중복해 저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앙의 컴퓨터가 모든 데이터를 쥐고 있는 게 아니라, 분산화된 컴퓨터들이 데이터를 각자 들고 있죠.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을 ‘탈중앙화’라고 하는 겁니다. 또 다른 신기술로 ‘전고체 배터리’를 들 수 있습니다. 다시 충전해 쓸 수 있는 전지를 ‘2차전지’라고 하는데, 한번 음극으로 갔던 전자를 양극으로 되돌리는 게 기본 원리죠. 음극과 양극의 통로에는 액체 상태인 전해질이 있습니다. 이를 고체로 대체하면 안전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한번 충전에 1000km를 달리는 전기차 개발이 가능해지죠.

이 밖에 인공지능(AI)의 연산에 필수적 반도체인 AI 가속기가 기존 반도체와 무엇이 다른지, AI발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관심이 높아지는 핵융합 방식의 원자력발전 기술 등에 대해서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 킬러문항이 사라졌다?

작년 수능부터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이 사라졌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비문학 지문)에 나온 ‘트리핀 딜레마’는 국제 유동성 확보와 달러화 신뢰도 간의 문제를 뜻하는데요. 이런 어려운 경제용어나 관련 내용이 당분간 수능에 나올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주식매수선택권을 뜻하는 ‘스톡옵션’,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사외이사제도’ 등 많이 알려진 경제·경영용어들이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모의평가 때 관련 지문이 출제됐습니다. 모의평가의 경제지문은 수능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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