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선거 참패, 이시바 내각 '버티기 모드'
일단 살고 보자, 정책 올스톱
여야 연정 개봉박두, 정국 소용돌이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운명은 시계제로에 맞닥뜨렸다. 의석을 과반 수 이상 확보하기 위해 우선 무소속 의원을 여당으로 영입하고, 차선으로는 정책 노선을 같이 할 수 있는 야당과도 손을 맞잡아야 한다. 당장 내달 예정된 특별국회의 총리 지명부터 불투명한 상황으로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당 내부에선 리더십 문제가 드러난 이시바 총리의 조기 교체설이 거론된다.
28일 총선 집계 결과 중의원 465석 가운데 여당인 자민당(191석)과 공명당(24석)의 총 의석 수는 215석으로 나타났다. 5차례의 선거 만에 자민당 단독 과반은 물론 15년 만에 여당 전체 과반(233석) 확보에도 실패했다.
반면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집중 공략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크게 약진했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줄었고, 국민민주당은 7석에서 28석으로 늘었다.
'대패' '참패'가 이날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장식되며 '선거의 얼굴'이었던 총리의 책임론이 거세다. 자민당의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NHK에 "매우 엄중한 심판을 받은 것으로 인식한다"며 "겸허하고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선거 참패로 이시바 내각과 여당의 앞날은 예고된 가시밭길과 다름 없다. 자민당·공명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헌법 개정 세력' 전체 의석수는 개헌안 발의 가능 의석인 310석(전체 3분의 2)에 모자라는 297석이다.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었지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의 지론인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과 미일지위협정 개정은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발등의 불은 특별국회다. 중의원 해산에 의한 총선 후 1개월 이내에 특별국회가 소집돼 총리 지명과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새로 하게 된다. 여당의 참패로 자칫 총리 지명조차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자민당은 제1당 지위는 유지한 만큼 무소속 의원 영입, 일부 야당과 연계를 통해 연립 정부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사퇴하지 않고 야당의 협력을 얻어서라도 자민당 중심의 정권을 유지할 생각이라는 뜻을 주변인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는 "현시점에서 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민민주당에 협력을 구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간 구체적인 연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 유력 정당의 대표들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거나 "정해지지 않았다" 등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다만 입헌민주당은 여당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헌민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다른 정당과 연대를 모색하며 정권 탈환 전략을 짤 것으로 관측된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민·공명 이외에 말을 걸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쪽 팀(야당)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애쓰겠다"고 말했다.
자민당 독주에 제동을 건 야당은 산술적으로는 결집을 통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야당은 세 규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단일 총리 후보를 추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자민당 내부에선 반대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총리의 교체설이 거론된다. 후임자로는 최근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가 2차 투표에서 패배한 디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당당상이 물망에 오른다. 그는 대표적인 옛 아베파 소속으로 '반 이시바'의 기수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예대제(제사)와 패전일마다 참배한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그가 일본의 리더 자리에 오르면 한일관계는 새 국면을 맞을 공산이 크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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