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오의 현장+] 김주형의 부서진 문짝, 그리고 KPGA의 '자살골'
(MHN스포츠 김인오 기자) 대부분은 젊은 골프 선수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순화했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행동이라 평가했고, 실수가 이어지는 홀 혹은 다음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멘탈 바로잡기'의 일환이라며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물론 찬반여론은 있었지만 말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주형의 '비매너' 논란이 일었을 때의 얘기다.
지난 8월 열린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2번홀 상황. 김주형은 버디 퍼트가 홀을 벗어나자 퍼터로 그린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깊은 디봇이 생겼다.
문제는 이후의 행동이다. 김주형은 디봇을 수리하지 않고 떠났고, 캐디가 급하게 복구했다. 골프규칙에는 '선수는 타인을 배려하고 코스를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퍼지고, 현지 언론이 지적하자 김주형은 "분명한 잘못이고, 앞으로 더 나아지겠다"고 사과했다. 개운치 않지만 그렇게 사건을 일단락됐다.
지난 달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도 매너 논란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첫날 포볼 경기 8번홀에서 김주형은 버디를 성공한 후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치다 공을 늦게 꺼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미국의 러셀 헨리의 버디 퍼트가 빗나간 후 김주형은 다음 홀로 이동했다. 스코티 셰플러가 버디 퍼트를 하려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할 때의 행동이라 "예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골프 경기는 심판이 없다. 그래서 규칙 준수와 경기 매너는 선수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갖춰야 할 것을 가지지 못했을 때는 제재와 비판이 쏟아진다.
골프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은 골프 규칙에 따라 상벌이 가해지면 된다. 하지만 코스 밖에서의 행동은 얘기가 좀 다르다. 그때부터는 사회가 정해놓은 법률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았을 때의 처벌은 골프 규칙과는 다른 범위다. 행위의 경중에 따라, 그리고 피해자의 선처 유무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지지만 '모두'에게 적용된다.
김주형은 27일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의 라커룸 문짝을 부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일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안병훈에게 우승컵을 내준 후에 일어난 일이다.
경기장 안에서 화를 다스려야 하는 행위를 경기방 밖에서 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문이 부서진 후 선수가 골프장에 알리지 않고, KPGA가 대신 전했다. 경첩이 부서지면서 문이 내려앉았는데 경미한 상황이라 즉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형의 행동이 아쉽지만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김주형은 문이 부서진 후 골프장을 떠났고, KPGA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오전, 이 사건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곧바로 '비매너' 논란이 다시 일었다. 김주형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먹으로 내려치진 않았고, 문을 여는 과정에서 부서졌다"고 말했다.
김주형의 행위는 우리나라 법 기준으로 '재물손괴죄'다. 형법 제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따져봐야 하지만 행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주먹으로 치지 않고 그냥 밀기만 했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의 기준은 결과가 나타났을 때 과정을 살펴보고 행위의 경중을 따진다. 판결도 그에 따라 내려진다.
또한 김주형의 행동은 매너와 비매너 문제로 재단할 수 없다. 골프 경기, 혹은 코스 내에서의 일이 아닌 사회법이 적용되는 공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재물손괴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된다. 골프장측의 선처로 법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김주형의 공식적인 사과와 뼈저린 반성을 필요해 보인다.
KPGA(회장 김원섭) 태도는 또 다른 오점을 남겼다.
김주형은 KPGA 회원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KPGA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주형 선수와 관련한 사건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최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따져볼 필요 없이 묻히는 모양새다.
과거 KPGA는 회원들의 공과에 대한 소신있는 판결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견 없는 명백한 행동에 대해 따져보지도 않고 선처를 내린 셈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제재나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규정대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사건 경과에 합당한 결론을 내려줘야 하는 게 KPGA의 역할이다. 그게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그래야 다수 회원들의 불만이 없다.
KPGA는 상식적이지 않은, 또는 신중하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다른 회원에게 유사 사례가 터진다면 어찌 판단할 것인가. 법에서도 판례가 판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KPGA의 이번 결정이 김주형의 '논란'보다 더 아쉬운 대목이다.
사진=MHN스포츠 DB,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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