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신질환 피의자만 참여한 압수수색은 위법”

오연서 기자 2024. 10. 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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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절차와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만 참여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주거주 등을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특히 요구되는 장소에 관해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을 참여시켜 영장집행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강제처분을 받는 당사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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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압수수색 절차와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만 참여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반드시 ‘참여자’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참여자가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위법·부당한 처분으로부터 압수수색 당사자를 보호’하려는 법적 목표를 총족하기 어려워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형사소송법 제123조에서 정한 참여자의 참여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5월 수사기관은 ㄱ씨의 20대 딸 ㄴ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를 파악하고 ㄴ씨의 마약류 투약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던 중 ㄴ씨는 또 다른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고, 수사기관과 함께 집으로 이동해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 참여했다. 당시 현장엔 ㄴ씨만 있었고, 집 안방에선 ㄱ씨가 보관하던 대마 0.62g이 발견됐다. 이후 ㄱ씨는 대마 보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1·2심은 압수수색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당시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참여자 조건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123조는 주거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는 ‘주거주나 이에 준하는 사람’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ㄴ씨가 주거주에 준하는 사람이므로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검찰이 ‘주거주에 준한 사람’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대법원은 “주거주 등을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특히 요구되는 장소에 관해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을 참여시켜 영장집행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강제처분을 받는 당사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는 주거주 등은 최소한 압수·수색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때 참여한 ㄴ씨는 약 3년간 정신질환 증세로 13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심리평가 결과 ‘전체 지능 57, 사회성숙연령 11세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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