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주새 가격 2배 올랐다"···절임배추 예약러시에 김장 포기도 '속출'

채민석 기자 2024. 10. 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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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돌입···마트 가보니]
사전예약 거듭할수록 방문객 ↓
1차 3만원에서 3차 5만원으로
"일부 지역 배추 물량은 동나"
배추 도매가, 평년대비 62% ↑
무, 열무, 오이 등 가격도 폭등
김장 포기하는 시민들도 늘어
시판 김치 품귀··· 대용량 실종
정부 "김장비용 평년수준 예상"
28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고객센터에 붙어 있는 절임배추 판매 종료 안내문. 채민석 기자
[서울경제]

“이미 1차, 2차 사전 예약 때 사람들이 몰렸어요. 하루하루 배춧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쌀 때 사둬야죠.”

28일 오전 10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이날 마트에서는 ‘절임배추 3차 사전 예약’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한산한 분위기였다. 불과 며칠 전 진행된 1차와 2차 사전예약 당시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등 ‘오픈런’을 벌이던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매장 한 켠에는 절임배추 박스 견본이 놓여있었지만, 그 위에는 ‘계약 물량이 모두 소진됨에 따라 판매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현장 판매는 진행되고 있지 않아 그나마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도 절임배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전예약을 할 수 있는 지하 1층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마트 관계자는 “3차 사전 예약을 이달 17일부터 진행하고 있지만, 방문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며 “괴산 배추의 물량은 동났고, 해남 배추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사전예약 당시에는 해남 절임배추20㎏을 포기당 2만 원대 특가 판매를 진행해 구매 고객이 줄을 늘어섰지만, 3차 사전 예약에서는 2배가량 오른 4만 원대로 가격이 책정된 탓이다. 관계자가 보여준 달력에는 수량 마감을 의미하는 X표가 가득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돌아오고 있지만,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르는 배춧값에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배추 10㎏(그물망 3포기)의 전국 평균 도매가는 이달 25일 기준 1만5620원으로 평년 9625원 대비 62.3%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만2540원에서 24.6% 상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알배기 배추 또한 25일 기준 8㎏당 3만9120원으로 1년 전(2만5188원) 대비 55.3% 올랐다.

배추김치를 포기하고 깍두기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등 다른 종류의 김치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25일 기준 무 20㎏의 가격은 3만1020원으로, 평년(1만6062원)과 1년 전(1만2324원) 대비 각 93.1%, 151.7% 폭등했다. 열무는 4㎏에 9792원으로, 1년 전 6665원 대비 46.9% 상승했다. 오이 가시계통 10㎏의 가격은 1주일 사이에 2만4500원에서 3만3500원으로 36.7% 올랐다.

이에 가격 부담으로 인해 김장을 포기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김장의향 조사’에 따르면 ‘전년과 비슷하게 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5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감소’가 35.6%로 그 뒤를 이었다. 김장 의향이 감소하는 장기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김장 관련 배추 구입 형태를 묻는 질문에 절임배추라고 답한 비율이 55.5% 차지한 만큼 절임배추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대형마트에 시판 김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채민석 기자

시판 김치로 눈을 돌려도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6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대형 마트에는 ‘김치 품절 안내. 배추 원물 수급이 어려워 김치가 소량만 입고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대에 가득했던 박스 단위의 김치는 온데간데 없고,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긴 김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해 연신 김치 가격을 비교하다 끝내 제자리에 상품을 내려놓은 40대 주부 배 모 씨는 “매년 연례 가족 행사처럼 김장을 해왔지만, 배춧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라 올해는 시판 김치를 구매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대용량 김치는 없고, 소용량으로 여러 개 구매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민생 현장에서는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배춧값 안정에 낙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22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해 배추 작황이 좋다고 판단, 김장비용이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달 27일 충남 아산시 소재의 한 배추밭을 방문해 “기후 변화로 여름 배추 생육에는 지장이 많았지만, 최근 배추 도매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정부도 최대한 지원해서 (김장 기간인)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큰 차질 없이 배추와 김장 부자재가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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