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놀라운 비주얼 상상력+계급·종교에 실존적 질문 던지는 주제의식 선명한 수작[스한:리뷰]

모신정 기자 2024. 10. 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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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부산행', '반도', '기생쉬: 더 그레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가 지난 25일 6편 전회차를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21년 공개됐던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신록 주연의 '지옥' 시즌1은 천사의 지옥행 고지와 지옥 사자의 시연이라는 파격적이고 시각적으로 놀라운 충격을 안기는 설정으로 공포와 흥미를 동시에 유발시키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사회 정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 등을 던지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었다.

이날 전편이 공개된 시즌2는 배우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문소리, 임성재, 문근영 등이 주연을 맡아 고지와 시연을 통해 지옥을 경험한 주요 인물들이 부활을 통해 어떤 체험을 했고 결말을 맞이하는가를 큰 축으로 이들을 둘러싼 새진리회, 소도, 화살촉, 정부 등의 대립과 이합집산을 그리며 현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신과 인간, 죄 사함을 받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갈구 등 거대 담론을 담고 있다. 

'지옥2'는 지옥행으로의 고지와 사자들의 시연으로 세상은 황폐하게 변해가고 정진수(김성철) 의장의 부재와 고지받은 아기의 생존 때문에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새진리회와 세력을 날로 확장해 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화살촉, 고지받은 아이를 지키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우려는 민혜진(김현주)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소도 등 다양한 조직들의 대립과 이 조직들을 이용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정부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8년만에 부활한 정진수는 화살촉을 이용해 먼저 부활했던 부활자 박정자(김신록)를 만나려고 애를 쓰고, 새진리회 2대 의장 김정칠(이동희)은 이수경(문소리) 정무수석의 사주를 받고 박정자를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교리를 선포하려 한다. 

시즌1은 지옥행을 고지하는 천사와 시연을 실행하는 사자의 등장 등 초자연 현상과 이런 일들로 인해 혼란과 비탄에 빠진 인간군상과 그럼에도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연상호 감독을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또 한명의 뛰어난 K-콘텐츠 창작자로 인지시켰다. 

시즌2는 부활 이후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박정자와 시연 이후 8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자아를 넘나들며 처절한 지옥을 체험한 정진수 두 부활자의 사연을 중심으로 각자의 논리를 발전시키며 더욱 번성하게 된 새진리회와 화살촉, 소도 세 집단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나간다. 여기에 이들 집단의 대립을 부추키며 세상의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 기관의 모습도 강조된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지옥' 시즌 1, 2만을 놓고 보면 적어도 아우가 형에 못미치지는 않는다. 지옥 사자의 시연 장면이나 화살촉 이 시연에 대응하는 장면 등에서 보여지는 박진감, 공간과 인물을 활용한 비주얼적 에너지는 1편 못지 않게 여전히 강렬하고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연상호 특유의 번득이는 상상력이 빛난다. 

시즌1 유아인의 하차 이후 시즌2 정진수 역에 캐스팅된 이후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김성철은 연극과 뮤지컬로 닦여진 기량으로 8년의 시간동안 셀 수 없는 지옥을 경험하는 정진수의 처절한 고통과 깊은 공허 등을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심연의 깊이로 펼쳐냈다. 박정자를 만나기 위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지원(문근영)의 남편 천세형과 정부 이수경 정무수석 등을 가스라이팅하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모습 등에서는 카리스마와 야비함을 동시에 펼쳐보이기도 했다. 

특히 6부에서 정진수와 박정자가 서로의 부활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시즌2의 백미다. 마치 내 눈앞에서 배우 2인이 직접 무대 연기를 펼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두 배우의 에너지가 놀랄 정도로 강렬하게 전달되는 신이다. 

민혜진 변호사의 액션도 시즌2에서 더 빛을 발한다. 민혜진은 답답할 정도로 원리원칙을 내세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6부에서 그가 가죽벨트로 부러진 어깨를 묶으며 빌런을 강한 주먹질과 온몸 액션으로 처단한 후 고지받은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접하면 왜 연상호 감독이 민혜진 역에 그렇게 김현주를 고집했는지 모든 것이 이해된다. 

박정자 역의 김신록은 '지옥' 시즌2의 재미를 틀어쥐고 있는 강렬한 치트키다. 그의 예언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들을 향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정진수 의장과의 관계 또한 강렬한 호기심과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매번 연기바 배우로 손꼽혀온 김신록이지만 '지옥2'에서 정진수와의 대립신은 단연 엄지손을 치켜들만한 충만한 경험을 가지게 한다. 

햇살반 선생 오지원 역의 문근영의 변신 또한 극의 흥미를 북돋운다. 평범한 유치원 교사에서 화살촉의 논리에 경도돼 어느 날 갑자기 리더 그룹에 속하게 된 그녀의 돌발 행동들이 TV 시사 다큐멘터리 속 광신도들과 매치되며 현실감을 더한다. 남편 천세형 역의 임성재는 모처럼 인간미 넘치는 천세형 역을 맡아 강한 연민을 느끼게 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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