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인천공항이 순위권에 들지 못한 단 하나의 부문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2024. 10. 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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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공항 반열…‘예술성’ 면에선 아직
시대 흐름 맞춰 ‘예술의 섬’으로 변모 중인 영종도

(시사저널=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미국 휴스턴 공항(조지 부시 인터콘티넨털 공항)의 터미널D와 E 연결 구간에 조성돼있는 벽화 작품 ⓒ www.houstoncitybook.com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연 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 아무 것도 없는 외딴 섬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거대한 공항이 어색해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공항의 위세는 대단하다. 전 세계 공항들의 항공서비스를 평가하는 조사에서 항상 상위 5위 내에 이름을 올려놓는다. 특히 안전과 효율성 면에서는 '월드 베스트' 수준이다.

각국의 항공사 및 공항을 평가하는 컨설턴시 '스카이트랙스'에서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순위를 발표한다. '최고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수하물 수송 서비스', '최고의 이코노미 클래스' 등, 기상천외하면서도 아주 세부적이다. 그만큼 사람들마다 여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제각각이란 의미일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지역에 설치된 키네틱 조형물 '디 이터널 스카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보도자료

350개 미술품 전시된 '예술성 1위' 공항…달라지는 공항 기준

인천국제공항은 스카이트랙스 순위에서 2024년 '가장 가족 친화적인 공항' 1위에 랭크됐다. 또 가장 깨끗한 공항 2위, 최고의 보안검사 3위, 최고의 공항직원 3위, 출입국 심사 서비스 4위 등 화려한 성과를 자랑한다. 그런 인천공항이 순위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부문이 있었으니, 바로 '가장 예술적인 공항(World's Best Art in the Airport)'이었다. 1위를 차지한 미국 휴스턴 공항은 세 개 청사를 합쳐 모두 350개가 넘는 공공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공항 안에만 머물다 떠나는 환승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휴스턴 공항의 컬렉션은 웬만한 시내 갤러리 못지않기로 유명하다.

원래도 공항은 단순한 교통물류 시설이 아니라 어떤 나라, 어떤 도시를 들고나는 관문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때에 따라선 여행지의 기억과 인상을 완전히 좌우하기도 한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장에 전통문화를 주제로 미디어월을 만들고 천장에 대형 키네틱 작품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데에는 공항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국제적 기준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 11월에 영종도에 오픈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전경 ⓒ김지나

척박한 땅에서 예술의 섬으로…그 중심엔 '파라다이스 시티'

영종도는 간척사업으로 네 개의 섬을 연결해 만든 땅이다. 특히나 지금 인천공항이 있는 자리는 원래 바다였다. 공항 주변은 유독 아무것도 없이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요즘은 사정이 좀 달라졌는데, 과거엔 없던 호텔이며 리조트 단지들이 곳곳에 보인다. 처음에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숙박을 제공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공항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러 영종도를 찾게 만드는 명소가 된 곳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7년 오픈한 파라다이스시티다. 쿠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같이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유명 작가들 작품을 한 곳에 모아 이목을 끌었다. 파라다이스시티가 영종도를 '예술의 섬'으로 만든 지 불과 6년, 이번에는 최첨단 미디어아트와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무장한 곳이 등장했다. 작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공연장, 카지노, 워터파크, 초대형 키즈카페에 이어 우주여행을 콘셉트로 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약 150m에 걸쳐 천장과 벽면에 채워 넣은 LED 실감 콘텐츠까지, 지금 유행하는 모든 즐길거리를 작정하고 다 모아둔 듯하다. 아직 개장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벌써 화제였다.

12월에 공개되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 구역은 효율적인 출입국 과정을 지원할 기술 외에도 유독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 신경을 쓴 인상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천장 구조물이며, 창덕궁 후원을 재현한 정원까지 있다. 입국장과 출국장에 설치된 초대형 LED전광판에는 항공편 정보 외에도 형형색색의 영상들이 재생된다. 미디어월과 몰입형 아트 콘텐츠로 점철된 도시환경 수요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내에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관 '르 스페이스' ⓒ김지나

영종도의 지난 20년은 단지 공항 개발의 시간이었다고만 할 수 없다. 이렇게 외지고 척박한 땅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는 염려를 넘어, 지금 영종도는 대한민국 그 어떤 대도시보다 핫하다. 해외여행 그리고 공항이라는 공간에 대해 변화한 인식과 기대, 가치관에 발맞춰 점차 휘황찬란해지며 섬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도시 문화 모델일까, 아니면 변덕스런 대중이 만들어낸 짧은 유행에 불과할까.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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