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인천공항 '연예인 전용 통로', 논란 끝에 '없던 일'로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8일)은 경제부 노동규 기자와 함께합니다. 노 기자, 어서 오세요. 반발이 거셌던 이 조치 결국에는 철회가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천공항의 '연예인 출입문' 얘기입니다.
인천공항이 최근에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까지도 출국 심사를 빨리 받을 수 있는 '우대 통로'를 이용해서 다닐 수 있게 하겠다.
이렇게 방침을 세웠다가 논란만 빚고 결국 없던 일로 하겠다고 어제 철회를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아마 지난 7월에 일어난 일로 모두가 기억을 하시는 인천공항에서 일어났던 소동입니다.
한 연예인이 고용한 사설 경호업체가 연예인을 지키겠다면서 공항 출입문을 임의로 막는가 하면, 심지어 면세구역까지 들어가서 라운지를 이용하려는 다른 승객들 '여권'을 검사하고, 사진 찍지 말라면서 사람 얼굴에 조명을 비추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빈축을 샀죠.
바로 이때 그 해당 연예인이 이용했던 출국심사 통로가 바로 교통약자 등을 위해 공항에서 별도 마련한 '우대 통로', 영어로 '패스트 트랙'이었는데, 이건 사실 외교관 같이 공무를 목적으로 하거나 승무원들처럼 업무상 필요가 엄격하게 인정되는 사람들에게만 한정해서 이용하게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게 또 논란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공항 인파가 몰릴 때 혼잡 상황을 어떻게 통제할지 이런 논의를 시작한 계기가 됐는데, 엉뚱하게도 인천공항이 내놓은 해답이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도 우대 통로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냐, 여론이 좋지 않아졌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맹성규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장 (10월 24일) : 인천공항공사 사장님 잠깐 나와 보세요. 매출액 기준으로 해줄 거예요? 아니면 인기 투표해서 순위 안에 든 사람 해줄 거예요? 누가 결정했습니까, 이거?]
이러자 인천공항이 결국 국회 지적과 국민 여론을 감안해 유명인 전용 통로 재검토하겠다고 어제 철회 뜻을 밝힌 겁니다.
<앵커>
연예인한테 왜 이런 특혜를 줘야 하냐, 이런 반발이었는데 인천공항은 이걸 오래 검토해 왔다. 이런 입장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패스트트랙, 또는 패스트레인이라 불리는 이 우대 통로를 외국에서 보시거나 직접 이용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돈만 조금 더 내면 출국심사 조금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우대 통로를 적용하는 공항이 적지 않습니다.
보통은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항공권을 산 승객한테 이런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고요.
미국의 경우는 TSA 프리체크라고 해서 아예 정부 기관에 일정 이용료, 우리 돈으로 한 12만 원 정도 내면 사전 등록해서 우대 통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인천공항도 이렇게 돈을 내거나 높은 등급의 좌석을 구입한 승객들이 우대 통로를 이용하는 방식 2007년부터 검토해 본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또 지금 보면 운영은 안 되고 있지만, 이미 2터미널을 가보시면 패스트트랙 전용 출국장도 만들어져 있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 특히 항공사들이 이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로서는 고객이 1등석이나 비즈니스 티켓을 사면 이런 혜택도 받는다 당연히 알리고 싶겠죠.
또 업무상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데 별다른 위험이 없는 승객이라면 이런 게 있으면 돈 좀 더 쓰더라도 출입국 심사에 들이는 시간을 다른데 쓰고 좋겠죠.
특히 외국에서 우대 통로를 많이 이용해 온 외국인들이 이걸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어제 인천공항서 한 미국인 비즈니스 티켓 승객을 만났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랜디/미국인 : 제 항공권은 좀 더 비쌉니다. '우대 통로' 체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매달 오가는데, 매번 이 줄을 서야 합니다. 미국 공항엔 우대 통로가 있는데 여기는 정말 줄이 깁니다.]
<앵커>
그러면 이게 세계적인 추세는 맞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반발이 큰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우선 경제학적 개념이 떠오릅니다.
여기 보시면 '수익자 부담 원칙', 또 '가격 차별화' 이런 건데요.
우리가 여객기 탑승 때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 먼저 승객들이 타는 걸 그걸 두고 따지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만큼 그들이 돈을 더 많이 내서 비행기가 뜨는 거고, 또 더 부담한 만큼 서비스를 제공받는 거라는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겁니다.
놀이공원만 가보셔도 돈 더 내면 기구 타는데 줄 안 서도 되는 티켓도 있죠.
이게 다 '가격'을 '차별'하는 건데요.
오히려 누군가 이렇게 돈을 더 써주면 그만큼 전체 시설 유지나 개선에도 도움이 돼 모두의 이익이 늘기도 하는 겁니다.
이런 개념 다들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인천공항이 다른 점이라면 바로 공기업이 운영하는 공공재라는 겁니다.
공공 자원으로 만든 통로를 특정인들만 이용하는 건 이치에도 안 맞고 정서적으로도 용납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외국의 경우처럼 차라리 전적으로 항공사나 수익자가 대는 비용으로 전용 통로를 따로 만들고 운용한다면 아마 좀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사실 연예인들이 지금 제도로도 우대 통로를 이용하는 방법 있습니다.
바로, '세금' 잘 내서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는 겁니다.
동반자 3명까지도 함께 이용 가능합니다.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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