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에 조승우를 얹었더니…'햄릿'에 압도되다 [리뷰+]

김소연 2024. 10. 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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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에겐 4대 비극이 있지만, '햄릿'은 올해 '돌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극으로 연이어 선보여지고 있다.

올해 6월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와 이호재, 김무송, 박정자 등 노련한 중년 배우들이 손잡고 '햄릿'을 무대에 올렸고, 국립극단은 '햄릿'의 성별을 뒤집어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현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햄릿'은 조승우를 앞세워 매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햄릿'의 조승우는 완벽하게 햄릿에게 녹아들며 무대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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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 리뷰
/사진=예술의전당

셰익스피어에겐 4대 비극이 있지만, '햄릿'은 올해 '돌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극으로 연이어 선보여지고 있다. 올해 6월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와 이호재, 김무송, 박정자 등 노련한 중년 배우들이 손잡고 '햄릿'을 무대에 올렸고, 국립극단은 '햄릿'의 성별을 뒤집어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현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햄릿'은 조승우를 앞세워 매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연이어 같은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는 점은 분명히 배우들에게도 부담이 될 터. 하지만 '햄릿'의 조승우는 완벽하게 햄릿에게 녹아들며 무대를 이끌었다.

/사진=예술의전당


그동안 뮤지컬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조승우에게도 연극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절규하고, 광인처럼 미쳐 날뛰는 햄릿의 섬세한 모습을 폭발적인 에너지와 농도 짙은 감정 연기로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185분의 상연 시간을 조승우가 압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정체성과 같은 대사도, 조승우의 발성으로 들으면 다르게 와닿는다. 배우가 가진 힘이다.

/사진=예술의전당


'햄릿'의 줄거리는 변주나 별도의 각색 없이 선보여진다. 형이 죽은 후 덴마크의 새 왕으로 올라선 클로디어스가 왕비이자 형수였던 거트루드와 결혼한 가운데 성곽을 지키던 파수병들은 선왕의 유령을 목격한다. 선왕의 유령은 아들 햄릿에게 자신이 살해당했음을 알리며 진실 규명과 복수를 명하면서, "어머니를 저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마주한 후 충격에 휩싸인 햄릿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미 너무나 익숙하고, 알려진 전개로 흐름이 느슨해질 때면 배우들의 열연이 긴장감과 집중력을 끌어 올린다. 조승우뿐 아니라 형을 죽이고 형수와 결혼해 왕이 된 클로디어스의 박성근, 햄릿의 '절친' 호레이트 쇼 역의 김영민은 각각 tvN '비밀의 숲' 시리즈와 JTBC '부부의 세계'로 익숙한 인물이다. 이들이 무대 위에서는 드라마 속에서와는 전혀 다른 얼굴과 말투로 호흡하는 부분도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여기에 선왕의 유령 역의 전국환은 짧은 등장 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야망의 총리 폴로니어스 역에는 김종구가 출연해 들숨과 날숨으로 무대를 쥐락펴락한다.

햄릿에게 사랑받지만, 또한 증오의 대상이 되는 연인 오필리아 역의 이은조는 4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사진=예술의전당


별도의 무대 장치나 화려한 조명은 없었다. 무대는 기울어진 기둥과 깎아지른 벽, 계단의 기본 형태에 상하 수직 변화를 주며 인물들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23m의 계단식 복도에 무대 바닥이 상황에 따라 높이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2021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인 무대미술가 이태섭이 이번 무대를 만들었다.

'그을린 사랑'으로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던 신유청이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이어 곧바로 '햄릿'의 연출을 맡았다.

신유청은 '연출의 글'에서 "요즘처럼 책임이라는 단어가 엄중하게 다가온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렇기에 오늘날 수많은 '햄릿'이 공연돼지는 것일까?"라며 "각자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햄릿'은 언제나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싶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뒤틀어진 시대, 악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고 사라졌던 햄릿, 자신의 짧은 생애를 한껏 불태워 악과 맞섰던 덴마크 왕자의 이야기가 부디 시대의 관절이 어긋나버린 이 세상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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