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추행한 가톨릭 신부가 또다시 아동 돌보네…“시간이 약이라고? 치유받길 원합니다”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37] 영화 ‘신의 이름으로’
주인공 알렉상드르(멜빌 푸포)는 어린 시절 성당에서 프레나 신부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했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어두운 기억이었다. 그렇지만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사회적으로 선망되는 일자리를 갖게 됐고, 화목한 가정도 꾸렸다.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알렉상드르는 다시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경험을 한다. 프레나 신부가 여전히 성직자로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단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신부로 계속 활동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는 손 떼야 하는 게 아닐까. 그는 프레나 신부에게 상처받게 될지 모를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낸다.
성당은 되레 조직이 받을 피해를 걱정했다. “누구도 그 행위의 결과로 고통을 받으면 안 된다” “교회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길 원한다”는 등의 말을 돌려줬다. 피해자인 그가 입은 아픔은 고려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프레나 신부와 손을 잡은 채 주기도문을 외워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린다.
주인공은 신자의 상처에 무심한 성당 대신 법에 호소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결단은 다른 피해자의 용기를 북돋고, 피해자 연대 모임인 ‘라 파롤 리베레’가 결성되기에 이른다. 이들은 가해자인 프레나 신부뿐만 아니라 범죄를 묵인한 추기경과 교구를 상대로 한 싸움을 펼친다.
감독은 이처럼 피해자 단체와 개별 구성원이 가진 문제를 ‘굳이’ 드러낸다. 말하고 싶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엔 ‘피해자다움’이란 게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화합할 수도 있고 분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들이 피해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20년이 지났든 50년이 흘렀든 피해자에게 그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30~50대인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날을 떠올리면서 눈물짓는다.
배우자와 성관계를 할 때면 가해자 신부가 옆에서 쳐다보는 느낌을 받는다고 증언하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피해자 본인을 제외하고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크다. 사건의 핵심으로 속도감 있게 들어가는 전개 덕분이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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