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심,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심판’···고물가 비판 여론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이 대거 낙선했다.
2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출마한 스캔들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했다.
이들 46명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공천을 주지 않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10명,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은 34명,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훨씬 전에 탈당한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은 옛 아베파다. 낙선자에는 다카기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 등 유력 정치인도 포함됐다.
자민당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데에는 이같은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자금 스캔들은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당 개혁을 내걸고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겨 이달 1일 새 내각을 출범한 이시바 총리가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재 선거 과정에선 의회 내 논전과 스캔들 관련 성실한 해명이 중요하다고 말해놓고는 취임 8일 만의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예산위원회 개최 기회를 막아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비자금 문제로 공천 배제한 출마자가 대표를 맡은 당 지부에 ‘활동비’ 명목으로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선거 막판 알려져 ‘거짓 개혁’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연립 여당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도 낙선했다. 그는 자민당이 공천에서 배제한 비자금 스캔들 연루의원들도 공명당 지원 대상에 포함해 야당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공명당 대표가 낙선한 것은 2009년 선거 이후 15년 만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장기간 경제 부진과 팍팍한 민생도 자민당 지지 기반을 약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교도통신이 지난 1∼2일 벌인 여론 조사에서 새 내각의 우선과제(복수응답) 1순위는 ‘경기·고용·물가 대책’( 55.9%)이었으며 ‘연금·사회보장’(29.4%), ‘육아·저출산’(22.7%) 등이 뒤를 이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정치 개혁 이전에 생활 밀착형 경제 문제에 닿아 있었다는 진단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경제 대책에서 딱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과거 자신이 부정 평가한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해 옛 아베파 등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애매한 입장을 취해 비판받기도 했다.
일본 실질 임금은 물가 상승에 따라 장기간 후진해왔으며, 최근엔 엔화 약세로 수입 상품 가격이 상승해 고물가에 따른 민생 부담이 큰 상황으로 평가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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