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스타와 공연"·"방해 안 되게"…15년만 재회 김기민·박세은

오보람 2024. 10.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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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서 호흡…"파트너 이해하는 게 리허설"
"예술은 자기가 정답 찾아가는 것…후배들, 여러 방향 열어두길"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역 박세은(왼쪽)과 김기민 [국립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발레 스타 김기민(32)과 박세은(35)은 동료라기보다는 남매 같았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역으로 발탁된 두 사람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자마자 포옹부터 했다. 서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각각 마린스키발레단과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 중인 김기민과 박세은이 한 작품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은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이후 15년 만이다.

세계 무용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티켓은 3분 만에 매진됐다.

"'우주 대스타'와 공연하니 너무 큰 영광이에요. 파리에서 '나 기민 킴이랑 공연하러 간다'면서 자랑하고 왔어요."(박세은)

"누나 춤에 방해가 안 되도록 뒤에서 잘 받치려고요, 하하."(김기민)

두 사람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한 무대에 서는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김기민과 박세은은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다. 박세은은 김기민의 형인 발레리노 김기완과 동갑내기로 두 학교를 함께 다녔다. 덕분에 김기민과 박세은은 어릴 적부터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을 쭉 지켜볼 수 있었다.

김기민은 "형이 예원학교 다닐 때 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누나(박세은)를 보면 같이 춤추자고 쫄쫄 따라다녔다"면서 "그런 누나가 유독 외국인을 안 뽑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하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세은 역시 "그때 제가 열네살, 기민이가 열한살이었는데 정말 아기 같았다"며 "그 친구가 어느 순간 어른이 돼 같이 춤을 추게 됐다"고 웃었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역 박세은과 김기민 [국립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이 다음 달 1일과 3일 선보일 '라 바야데르'는 인도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로르, 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기존 볼쇼이발레단 안무를 수정한 버전으로, 화려하고 정갈한 군무를 소화하는 게 특징이다. 막과 막 사이 마임으로만 구성됐던 장면에는 춤을 채워 넣었다.

김기민은 솔로르를, 박세은은 니키아를 맡았다. 둘은 일찌감치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얘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수십번 넘게 '라 바야데르' 무대에 선 김기민은 "(같은 춤을) 많이 출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나는 어차피 잘 출 텐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 위험하다"며 "그래서 더 작품을 연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은은 2010년 서울, 201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2022년 파리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라 바야데르' 무대다.

그는 "어제 기민이와 통화하면서 2막에 관해 물었더니 '누나, 그건 느낌을 봐야 알 것 같아'라고 답하더라"며 "이 친구는 정말 '라 바야데르'의 모든 버전을 다 해석하고 있고, 본인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느낌대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놀랐다"고 떠올렸다.

김기민은 "내일부터 총 세 번의 리허설이 있는데, 저는 이미 리허설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내 파트너가 어떤 걸 원하는지 이해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역 박세은과 김기민 [국립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은 2011년 나란히 유럽에 진출한 뒤 세계적인 발레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유일한 동양인 수석무용수이고, 김기민은 마린스키발레단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수석무용수다.

김기민은 "어렸을 때 (프로 데뷔 전) 누나의 기사에서 집념이라는 단어를 봤다"며 "그때 '아, 발레는 이렇게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저도 따라 노력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세은은 김기민에 대해 "자기가 뭘 표현하고자 하는지 확신하고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무용수"라며 "이번에 기민이에게 많이 배우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들은 제2의 김기민과 박세은을 꿈꾸고 있을 후배 무용수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박세은은 "예술은 행하는 본인이 정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내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들 때 위로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민은 "꿈을 하나만 가지면 단조로운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방향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어른들과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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