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제약·바이오, ‘글로벌 빅파마’ 꿈에 도전[한국 15대 산업 경쟁력 리포트-제약바이오]

2024. 10.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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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4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빅파마’가 장악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성장성은 보장됐다. 중동과 우크라이나·러시아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공급이 불안정해진 의약품은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그 와중에 올해 9월 미국 하원이 생물보안법안(Biosecure Act)을 통과시키면서 연내 최종 의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미국 시민의 유전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해외 적대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주요 대상은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중국 바이오기업이다. 2032년이 되기 전 이들 기업은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에서 퇴출할 전망이다.

기회를 포착한 국내 기업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에 나섰다. 조 단위 투자를 통해 생산 증설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제약사와 유사한 사업 다양화 및 수직계열화에 힘쓰는 추세다.


 반도체 닮은 ‘초격차 전략’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은 바이오의약품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 과정과 경영전략은 반도체산업을 닮았다. 10여 년 사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고 연구개발(R&D), 생산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

분야로 치면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역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로 양분된 국내 반도체 업계를 떠올린다.

각 분야의 대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도체의 미세공정, 클린룸 관리 노하우와 전폭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어느새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했다. 올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바이오 기업 중 12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보다 2계단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CDMO 분야 생산능력 1위(78만4000L)를 차지한 가운데 최근 각광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ADC는 링커 기술을 이용해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시킨 것으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2029년까지 ADC 시장규모는 5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선도업체인 스위스 기업 론자가 이 ADC 생산에 특화됐다. 론자는 ADC 생산에 필요한 초기개발부터 원료생산, 상업화까지 전 공정이 가능한 유일한 회사다. 생산시설도 미국과 유럽 곳곳에 있어 현지 수탁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와 링커, 약품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컨주게이션 공정을 시작으로 ADC 시장에 진출하며, 송도국제도시에 생산시설이 집중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바이오 원부자재·장비 업체인 머크 등과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도 각각 ‘개발-생산’을 통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직계열화에 박차

셀트리온은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선제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하는 ‘초격차 전략’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와 항암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이다.

2005년 상장된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보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자 그 틈새를 파고들며 급성장했다. 통상 빅파마라 불리는 이들 기업은 다수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과 복제약 개발, 생산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 관여한다.

셀트리온은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시스템을 통해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자체 개발과 생산까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창업주인 서정진 회장이 미국 직판에 나섰다. 판매 수수료를 아끼는 동시에 현지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하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기존의 바이오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CDMO 시장에도 진출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전부터 CMO(위탁생산)를 일부 해왔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다”며 “CDMO가 전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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