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률 10%' HD현대삼호 신현대 사장…"지금이 골든타임"

영암(전남)=최경민 기자 2024. 10.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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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대 HD현대삼호 사장 프로필/그래픽=이지혜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수익성 좋은 배로 수주물량이 차 있는, 이 좋은 기간에 중국의 인해전술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신현대 HD현대삼호 사장은 지난 7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위주로, 향후 4년 동안 일할 물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최근 조선업 호황이 약 15년 전의 '슈퍼사이클'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골든타임'으로는 충분히 불릴 수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신 사장은 "좋은 시기라고 해서 1년에 배를 50척씩 만드는 게 아니라 30~35척씩만 만들어서, 이익을 10% 정도 남기는 방향이 적절하다"며 "무리한 시설확장을 하는 게 아니라 낙후된 설비들을 현대화·자동화하고, 생산성 떨어지는 파트에 로봇화·스마트화를 더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삼호는 신 사장의 이같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최근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들어 HD현대삼호의 영업이익률이 10% 수준까지 치솟았을 정도다. 조선사가 보통 4~5%대의 이익률을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신 사장은 실적 비결에 대해 "고부가 가치 친환경 선박 건조물량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답했다.

HD현대삼호의 지난 9월 기준 수주잔량은 총 119척이었는데 이 중 42대가 척당 선가가 3500억원이 넘는 LNG선이었다.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저 선가 물량을 대부분 해소하고 선가 회복기의 물량이 건조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는 △국내 최신 대형 조선소 보유 △공정 최적화 시스템 구축 △높은 숙련 근로자 비율 등도 거론된다. 조선소의 '조직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사장실 창문너머 현장을 가리키며 "업무 시간에 이동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며 "그만큼 근무 몰입도가 높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HD현대삼호 영업이익률 추이/그래픽=이지혜

골든타임이 시작됐지만, 신 사장의 관심사는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업그레이드'다.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40년 동안 '조선맨'으로 살아오며 수차례의 사이클 변동을 온몸으로 겪어온 경험이 있기에, 당장의 양적 성장이 기업의 미래 가치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과거 어려웠던 때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며 "아무리 업황이 좋아도 절제를 하면서, 우리 설비에 맞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자꾸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며 "고부가 가치 친환경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경영 철학은 조선업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한 결과이기도 하다. 저렴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을 앞세워 저가수주 시장을 싹쓸이 해온 중국 조선기업들이 최근 기술력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가 있어서, 양적 성장으로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다. 생산 과정 혁신과 미래 선박 기술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신 사장은 "지난해부터 협동 로봇 42대를 도입해 현장에 적용 중이며, 연말까지 100여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드론 영상을 AI로 분석해 최적 적치 공간을 탐색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2 돌핀안벽 조성을 통해 병목 공정을 해소해 최소 비용으로 친환경 선박 건조 역량을 극대화했다"고 힘을 줬다.

그는 "2030~2032년까지는 LNG선과 LNG 추진 위주의 사이클이 갈 것이지만, 그 이후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암모니아·메탄올·SMR(소형모듈원자로)·수소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스마트 선박과 자율 운항 기술 등 핵심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암(전남)=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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